▲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의 꿈은 이루어질까. 박성종 씨는 박지성이 지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지성이 지난 6일 오전(한국시간)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모습. 로이터/뉴시스 | ||
>>‘꿈의 무대’를 밟나?
먼저 박지성은 오는 28일 로마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지난 시즌 모스크바에서 역사적인 경험을 하려던 꿈이 엔트리에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며 산산조각 났었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만큼은 꼭 뛰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박성종 씨는 “아직도 모스크바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 몰랐다. 지성이 컨디션이 너무 좋고 퍼거슨 감독도 지난 챔피언스리그에서 지성이를 제외시킨 데 대해 ‘공정하지 않았다’라고 인정한 터라 이번 결승전에선 벤치보단 경기장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이번 시즌 전까지만 해도 부상이나 수술, 재활 등을 이유로 풀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대표팀 경기에 참가했다가 돌아와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서너게임 출장하지 않은 것을 빼곤 부상 없이 풀로 시즌을 치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박 씨의 설명.
>>위기·불화설? 그런 거 몰라
박지성은 4월 23일 포츠머스전부터 3경기 연속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라운드에서 뿐만 아니라 캐링턴 훈련장에도 나가질 않았다. 그 당시 국내 언론에선 연일 ‘박지성 위기설’을 보도하며 박지성의 몸 상태나 퍼거슨 감독과의 사이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지 않느냐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특히 재계약을 앞둔 시점이라 박지성의 잠행은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특별 휴가를 받고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홈경기가 벌어졌을 때 올드트래포드 경기장 근처에도 안 갔고 아예 축구화를 벗고 집에서 달콤한 휴가를 즐겼다. 당시 한 축구칼럼니스트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박지성을 향해 ‘맨유를 떠나라’라는 직언을 하며 박지성을 대우해주는 중하위권 클럽으로 이적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멘트를 남겼다.
“지금 이 시기에 맨유를 떠날 이유가 없다. 지성이가 지금처럼(전성기를 의미)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앞으로 1,2년 밖에 안 남았다. 나이와 체력을 고려했을 때 ‘산소탱크’처럼 활약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걸 감안하면 맨유에서 주전으로 뛰든 안 뛰든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전성기를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박 씨는 단 10게임을 뛰더라도 중하위권 클럽보다는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 게 박지성의 미래를 위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맨유와의 재계약은 기정사실화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구단과 협상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켠에서 나돈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지성이가 감독과 불화를 일으킬 만한 선수가 아니지 않느냐”며 일축했다.
>>구두계약? 말도 안 돼
“영국 일간지에서 지성이와 맨유가 구두계약으로 재계약에 합의했다는 기사를 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사다. 구두는 물론 재계약과 관련해 단 한마디의 언질도 없었다.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계약을 하는 것보단 다음 시즌이 시작하는 8월 정도에 본격적인 협상을 할 것 같다. 맨유 입장에선 지성이를 다루기 어려운 선수로 보지 않는다. 즉 크게 무리하지 않는다면 재계약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더 유리한 위치에서 계약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박 씨는 주급 9600만 원에 맨유와 계약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액수라는 것.
“구단에서 재계약을 원한다는 건 선수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의 몸값보다 깎이거나 같은 수준에서 계약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지성이도 그 기사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 씨 부부는 며칠 전 로마행 티켓을 예약했다. 숙소도 이미 구했다. 여전히 지난해 모스크바의 악몽과 참담함이 가슴 한켠에 똬리를 틀고 있지만 이번엔 왠지 예감이 남다르다.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 현장에서 아들을 응원할 박 씨 부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맨유가 우승컵을 안아 드는 것, 그리고 그 우승 현장에 박지성이 뛰고 있는 것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