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마 8단은 현재 일본 바둑계 최고의 유망주. 일본 국내에서는 프로바둑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재목이다. 1989년생으로 2002년 열세 살 때 입단. 입단이 빠르다.
2005년 제12회 아함동산배에서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을 꺾고 우승. 첫 우승을 일본 최연소 타이틀 획득(16세) 기록으로 장식했다. 2007년에는 제32회 일본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또다시 일본 바둑 7대 타이틀 통산 역대 최연소 기록으로 제33기 명인전의 도전자가 되어 타이틀 홀더 장쉬 9단과 7번기를 겨루어 3 대 4로 분패했다. 일본 바둑계가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1도>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들어가고 있는 장면. 계가 바둑이다. 백1로 하변에 벌리자 흑2로 중앙을 보강한 장면.
<2도> 백1로 이쪽을 막은 수가 이창호류의 한 수. 검토실은 “두어지고 보니 무지하게 두터운 곳” 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 우상위 흑2도 큰 자리. 여기는 백이 A로 따내는 것이 선수였던 곳인데, 이창호 9단은 절대 선수보다 확실한 두터움을 선택한 것. 백A는 절대 선수가 아닐 수도 있으므로. 그 조심성과 치밀함, 계산력이 검토실에 즐거움을 선사한 것. 좌상귀 백3도 큰 곳. 다음 흑4로 다시 중앙을 견제할 때 백5가 조용히 좌변을 집으로 만들었고, 이것으로 이제는 백이 우세해졌던 것. 검토실의 의견은 “그래서 흑2로는 백3 자리에 먼저 가고 싶었다”는 것. 그것도 선수였으니까.
<3도>에서 보듯 흑▲ 때 백이 응수하지 않으면 다음 흑1이 또 선수. 이것까지 당해서는 백이 견딜 수 없다는 것. 검토실이 지적한 또 하나. <2도> 흑4로도….
<4도>처럼 흑1, 3으로 위아래를 붙여 이쪽을 깎아 놓는 것이 더 좋았지 않겠냐는 것. 이 9단의 ‘중반 계산서’가 돋보였던 한판. 이창호 9단은 이길 때는 이렇게 이긴다. 소리 없이, 천천히. 피 흘리지 않고. 상대가 눈치 챌 틈도 없이.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