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 전문 기자 | ||
방금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3연전을 마치고 신시내티로 이동, 지금 신시내티에 있는 한 호텔로 들어왔습니다. 오늘(21일, 현지시간) 캔자스시티와의 경기를 통해 비로소 제가 3할대의 타율에 진입했네요. 더욱이 상대팀 선발투수가 올 시즌 최고의 우완에이스로 꼽히는 잭 그레인키였다는 점에선 무지 신이 납니다. 이상하게도 그레인키는 클리블랜드를 만나면 맥을 못 춥니다. 특히 저랑은 거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 맞붙어서 13타수 6안타에 타율이 0.461이라고 하네요.
중요한 건 자신감인 것 같아요. 아무리 공을 잘 던지는 투수라고 해도 이상하게 그 투수가 던지는 공이 잘 보일 때가 있는가 하면 공을 느리게 던져도 왠지 까다롭고 힘든 투수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레인키를 상대로 자신감을 갖다 보니 오늘도 3타수 2안타에 1타점을 때렸습니다.
최근 아메리칸리그 최고 수훈선수로 꼽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도 대단한 투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선수를 만나면 왠지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아요. 이쯤이면 마인드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수 있겠죠?
요즘 한국에는 약물 복용 문제가 꽤 심각한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에서도 약물 복용은 초미의 관심사이고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야구만 잘하면 최고의 대우를 받다보니까 항상 유혹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하도 약물 복용이 어쩌고 저쩌고 하니까 은근히 호기심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한 번은 제 와이프에게 농담 삼아 “도대체 그 약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선수들이 그걸 먹으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만약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둔다면 한번쯤 먹어보고 내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가 두고두고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만약 약을 먹고 출중한 실력을 뽐내는 선수라면 두 발 뻗고 잘 수가 있을까요? 저라면 그렇게 못 살 것 같아요. 조마조마해서 어찌 맘 편히 살겠어요.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마해영 선배님이 심적으로 편치 못하실 것 같은데 선수들 입장에선 그분한테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의 책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나 마 선배님 이장에서 본다면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몸보신을 위해 특별히 먹는 건 없어요. 어렸을 때는 주로 장어즙을 복용했는데 미국으로 건너와선 따로 먹을 수가 없어요. 냄새도 많이 역하고요. 붕어즙을 한 번 먹었다가 바로 토한 경험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아요. 여기 선수들은 약을 엄청 먹습니다. 주로 영양제죠. 저도 비타민C는 챙겨서 복용하고, 오렌지 주스나 반신욕 등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립니다. 아직 체력적인 면에선 문제가 없으니까 이 정도로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 노조에 관해 말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선수노조는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동참해서 한마음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노조 설립은 불가능합니다. 전 분명히 선수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구단에서도 무조건 막으려만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참, 저도 1박2일 동안 경기를 해 본 경험이 있어요. 마이너리그 시절의 얘긴데 무려 26이닝을 치렀어요. 경기 종료 시간이 새벽 4시. 경기장에서 직접 관전하고 있던 와이프가 더그아웃 근처로 와선 ‘제발 대충하고 집에 좀 가자’로 말할 정도로 엄청난 시간 동안 혈투를 벌였었죠. 그때 경기 끝나고 집에 가서 아침 밥 먹으니까 해가 뜨더라고요. 해 뜨는 거 보고 잠이 들었다는^^. 놀라웠던 건 그 시간까지 관중들이 거의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인들의 야구 사랑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 해요. 마이너리그였는데도 말이죠.
다음 주에는 기자 대신 현지 유학생을 통신원으로 보내는 한국 언론들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신시내티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