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아키야마, 추성훈의 진실’이라는 글은 추성훈 팬들에게 대단한 논란 거리를 제공했다. 현재, 한국에 일본 관련 뉴스를 제공하는 뉴스재팬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NPO법인 앤서아시아(Answer Asia) 대표를 맡고 있는 박지일 씨를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 및 추성훈과의 인연에 대해 들어봤다.
-추성훈과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연관이 있었나?
▲추성훈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1999년이었다. 난 그때 재일교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모델이 추성훈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친구 중의 한 명이 추성훈의 죽마고우더라. 본격적으로 함께 일을 하게 된 것은 추성훈이 귀화를 한 후인 2002년이었다. 추성훈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성 영화를 찍으려고 했다. 재일교포 유도 선수가 일본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당시 나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 해외배급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칸영화제에 참가했었는데, 그 시나리오를 가지고 모 일본 회사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제2안이 대표팀에 선발되진 못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을 떠나 UFC에 진출해 실력만으로 싸워나가는 것이었다. 추성훈은 결국 실제로 그런 선택을 했다.
-추성훈과 갈라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추성훈과 나 사이에 어떤 트러블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를 진행하다보니 안동진이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오히려 일본의 힘에 의해 추성훈에게 패하게 되고, 투자자 쪽으로부터도 ‘일본인’ 아키야마를 더 강조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내가 지금 운영하는 뉴스재팬도 일본에 대해 좋은 기사를 써달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후원금이 들어온다. 그것이 일본의 파워다. 결국 추성훈은 ‘일본이 재일교포를 이용해서 일본을 위해 만들어낸 한국의 영웅’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추성훈이 뜨면 뜰수록 한국과 재일교포는 바보가 된다. 그래서 그냥 손을 떼고 물러났다. 사적으로 추성훈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006년 12월, 사쿠라바와의 경기가 있기 전이었다.
-이후 2007년 갑자기 태국에서 추성훈에 관한 책 <아키야마인가, 추인가? - 빨강인가, 초록인가>를 냈다. 그런데 일본에서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원래 책이 나올 시점은 2007년 1월이었다. 그런데 당시 일본 격투계에 대한 안 좋은 예상을 하는 내용들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내기로 했던 일본 출판사에서 자꾸 발간을 늦추더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추성훈에 대한 부정적인 팩트를 더 추가하기를 원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당시 한국어판을 내려고 했던 출판사도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반대로 추성훈을 미화할 수 있도록 일부 팩트를 빼기를 원했다. 그래서 결국 당시 업무 차 지내고 있던 태국에서 개인적으로 출판을 했다.
-추성훈의 약점을 들춰내 돈을 벌려고 책을 썼다는 일부 팬들의 비난에 직면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만일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면 2002년께 갈라섰을 때부터 온갖 이야기를 퍼뜨리며 방해할 수 있었다. 책으로 돈을 벌려고 했으면 이번과 같은 출판 절차를 밟지 않았을 것이고, 더 노골적인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이 책을 쓰게 된 것인가.
▲추성훈의 감춰진 진실은 언젠가는 공개될 이야기다. 지금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거북하지만, 나중에야말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책은 추성훈과 팬들을 위한 예방주사와 같다.
조용직 헬러드경제 온라인뉴스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