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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이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전의를 다지는 건 2002년의 악몽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이 끝난 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최종 목표를 조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선전에 두고 대표팀을 이끌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지 신경 안 쓰고 한일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전념했다.
2002년만 바라보고 뛰었던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2승1패라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그해 아시안컵에서도 졸전 끝에 대표팀이 3위에 그치자 ‘허정무로는 안 된다’는 비난 여론에 밀려 대표팀 지휘봉을 놓았다.
한국축구의 큰 경사인 2002년 한일월드컵을 생각하며 많은 축구인이 자신의 휴대폰 뒷자리 번호를 2002로 삼을 때도 허 감독은 그 번호를 쓰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을 일궈낸 뒤 가슴 속 깊이 담아놨던 말을 꺼냈다.
“2000년 당시 올림픽 팀을 지휘하면서 2002년 월드컵 때도 감독을 할 거라 생각했죠. 어린 선수를 많이 발탁했는데 결국엔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고 좋은 성적을 냈어요. 저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죠. 대표팀 감독을 다시 맡을 때 가족들이 말렸어요. 하지만 한풀이를 하고 싶어서 수락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던 만큼 한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많습니다. 본선에서 이왕이면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대표팀과 경기를 하고 싶네요.”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