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은 왜 이창호에게 강한가. 이창호 9단의 주무기가 계산력과 종반 마무리인데, 강동윤 9단이 그 부분에서 이창호 9단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 거기다 나이가 젊으니 집중력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1도> 초반 모습이다. 강동윤 9단이 백이다. 백1은 당연한 한 칸 뜀. 흑2, 이창호 9단에게서는 잘 볼 수 없는 시원하고 빠른 눈목자. 여기서 손을 빼고 좌상귀를 3으로 굳힌 것이 일단 이창호 9단의 신경을 긁었다.
흑4는 제일감. 그래서 보통은 백3으로는 바로 이 4 자리에 다시 한 칸 뛰는 건데, 강 9단은 좀 모험을 감수하고 현실을 취한 것.
백5도 독특한 발상. 하변 두 점은 여차하면 버리겠다는 것. 직접 움직이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까. 흑6, 격렬하다. 이창호 9단이 백3과 5에 뭔가 격발되고 있는 느낌이다. 백3, 5는 이른바 격발지계였을까?
<2도> 백1 이하로 밀고 내려가 7로 끊은 것도 대담한 행동. 이창호라는 이름에 주눅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것.
<3도> 백1~흑6으로 바꿔치기인데, 흑6이 국후 논란이 되었고, 급기야 패착의 근원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백5에 흑은 어떤 식으로든 지켜야 한다. 지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흑6은 그 중 이창호 스타일의 제일 안전한 수비.
<4도> 백은 1~5로 활용하고, 흑은 선수를 잡아 마지막 큰 곳, 상변 6을 차지했다. 이 9단은 이런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았던 모양이다. 백7 단수에는 다시 흑8로 후퇴했는데, 여기서 흑이 한두 집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국후 검토의 결론이었다. 한두 집? 이 바둑의 승부는 2집반이었는데, 그 2집반이 여기서 결정되었다는 얘기다. 이후 이창호 9단은 여러 곳에서, 간헐적으로 비틀고 찌르고 했으나 끝날 때가지 그 2집반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검토실이 탄식했다.
“무서운 바둑들이야. 쫓아가는 이 9단도 대단했지만, 2집반을 끝까지 지켜 낸 강동윤은 정말 대단했어. 하긴 요즘은 대개 이런 식이야. 특히 젊은 친구들한테 걸리면 용서가 없더라구. 한번 삐끗하면 끝이야.”
<3도> 흑6으로, 최강으로 버틴다면 <5도> 흑1로 치받는 것. 그러나 이건 너무 맛이 나쁘고 위험하다. 가장 쉽게 백A 같은 게 선수가 된다는 것. 이게 선수가 되면 흑1로 지킨 의미가 없다는 것.
백A에 흑이 손을 빼면? 견딜 수 없다고 한다. 백B 들여다보고 흑C 이을 때 백D로 막는 것까지 반 선수. 백E로 젖혀 잇는 것을 선수하면 안에서 사는 모양이 되니까.
백F로 마늘모 붙이는 것도, 다음 백G의 젖힘이 있어 선수 성격이 짙다. 그리고 백H로 끊고 빠지는 것도 있다는 것.
<6도> 흑1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는 게 국후 검토의 결론이었다. 흑은 다음 흑A를 보고 있다. 이것과 실전은 큰 차이. 흑1이었으면 승부는 몰랐다는 것.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