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는 김재박 LG 감독. 단답형의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라고. 임영무 기자 | ||
두산 김경문 감독은 취재진을 잘 활용해 평소 선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는 스타일이다. 특정 선수의 훈련 상태나 정신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굳이 해당 선수를 불러 말할 필요가 없다. 기자들을 향해 뼈있는 말 몇 마디를 하면, 이튿날 대문짝만하게 보도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선수들도 감독 의중을 잘 파악하기 때문에 신문에 본인과 관련해 감독이 어떤 코멘트를 하는지 항상 눈여겨본다.
예를 들면 “투수는 공격적으로 던져야 한다. 안타 안 맞겠다고 피해 다니면 결국 볼넷이 남발되고 동료 야수들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얘기를 김경문 감독이 했다 치자. 그러면 이튿날 두산 투수 중 한 명은 기사를 읽은 뒤 분명 움찔하게 돼 있다. 이틀 전 경기 때 불필요한 볼넷을 내준게 당연히 기억나기 때문이다.
또 “홍상삼이 신인인데 지금껏 해준 것만으로도 감독으로선 너무 고맙다”고 칭찬했다고 가정해보자. 실제 있었던 일이다. 두산 신인투수 홍상삼은 시즌 초반 갑작스레 선발의 중책을 맡은 뒤 5연승을 내달리다 6월 중순에 첫 패전을 겪었다. 하지만 이튿날 신문을 통해 감독이 여전히 자신을 믿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홍상삼은 씩씩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물론 타이밍이 안 좋은 적도 있었다. 두산의 대표 외야수인 이종욱이 시즌 초반 다소 기대에 못 미치자 김경문 감독은 끊임없이 그를 자극했다. “이종욱도 주전에서 탈락할 수 있다”, “이름값으로 야구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등 여러 발언이 신문에 소개됐다. 그런데 6월 2일 광주 KIA전에서 이종욱이 외야 수비 도중 2루수 오재원과 충돌해 턱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자칫하면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뻔했던 큰 사고였다.
김경문 감독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입장에서 선수에게 ‘사랑의 채찍질’을 하고 있던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다가 심하게 다쳤다. 감독으로선 본인 때문에 선수가 지나치게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생겨 결국 다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종욱이 입원한 병실을 찾아가는 등 착잡한 심경 속에 그 후 경기를 치러야 했다. 다행히 이종욱은 최근 퇴원한 뒤 별다른 탈 없이 재활과정을 밟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주로 쓴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스타일이다. 주요 대상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페넌트레이스의 승률 제도, 무승부 제도 등 시스템과 관련해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비판을 많이 하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한화 김인식 감독과 함께 프로야구 사령탑 중 최고령 연배이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불만을 앞장서서 얘기하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KBO는 뭐하는 조직이냐. 왜 현장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고 이상한 승률 규정을 만들었나”와 같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 경우엔 올해 팀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인지 예년에 비하면 야구계 전반의 사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자와 얘기하고 있는 선동열 감독. | ||
말을 아끼는 감독들도 있다. LG 김재박 감독이나 KIA 조범현 감독 사례다.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굳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편은 아니다. 김 감독의 경우엔 단답형 대답이 많고, 조 감독의 경우엔 “에~이, 뭘 그런 걸 알려고 그래” 하면서 웃음으로 넘기곤 한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8개 구단 사령탑 중에서 가장 소탈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보는 어린 기자에게도 친근하게 대해주는 편이다.
▲ 롯데 로이스터 감독 | ||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 로이스터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롯데 더그아웃에선 경기 전 아예 공식 인터뷰가 관례화됐다. 대체로 20분 정도 걸리는데, 기자들이 로이스터 감독에게 질문하면 그에 답해준다. 그런데 아무래도 통역을 거친 인터뷰가 되다보니 질문과 답변이 의례적인 수준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다. 물론 때때로 로이스터 감독이 작심한 듯 특정 사안에 대해 화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곧 “이 얘기는 꼭 신문에 실어달라”는 의미가 섞인 것이라는 사실을 요즘은 취재진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 간혹 본인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기자에겐 여러 사람 앞에서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시한 사례도 있다.
장진구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