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여자가 씨름을 한다고 하니까 왠지 기자의 마음속에선 ‘어디 나도 한 번?’ 하는 도전 정신과 씨름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싶은 호기심이 함께 발동했다. 그래서 임수정한테 샅바 잡는 법부터 간단한 씨름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 전국여자천하장사에 등극한 임수정이 천하장사 황소트로피와 우승족자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씨름연합회 | ||
“어렸을 때부터 씨름을 했었어요. 초등학교 시절 교내 씨름대회에선 항상 우승을 차지했었죠. 중학교 3학년부터는 유도를 했어요. 대학 때는 스키 강사도 했고 쇼트트랙, 조정 선수로 대학부에 출전도 했었고요. 술래잡기를 연상시키는 카바디 선수로 아시안게임에도 나갔어요.”
아니, 잠깐만!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씨름만 해온 선수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서 직접 선수 생활까지 했다는 얘기다. 기자가 쉽게 납득을 못하자, “얼마 전까진 보디빌딩도 했었어요. 보디빌딩 부산대회에 나가 입상도 했는걸요”하면서 한 방 더 먹인다. 윈드서핑까지 들먹일 땐 ‘이젠 그만하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젊은 나이에 스포츠를 너무나 좋아하는 운동 마니아였다, 임수정은. 그런데 그 많은 종목 중에서 씨름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엔 선수로까지 뛸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다른 종목들처럼 관심 차원에서 한 번 나가봤던 거죠. 처음에 부산대회에 출전했는데 그냥 1등을 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는 전국씨름왕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요. 그러다 보디빌딩대회에도 참가했어요. 그런데 보디빌딩은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씨름 쪽에선 보디빌딩을 그만두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됐죠. 요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씨름을 선택해서 운동에 열중하고 싶어도 직장 생활을 하는 데다 연습장과 훈련 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 혼자 개인 훈련을 할 수 없는 종목이라 임수정은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요즘 들어 부쩍 알아보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대부분 절 보고 하시는 말씀이 씨름 선수가 왜 이렇게 날씬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워낙 보디빌딩을 하며 몸을 단련시켜서 군살이 없거든요. 씨름은 체중보단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체격이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넘어트리는 장면에서 더 큰 희열을 느끼잖아요.”
▲ 괜히 시작했죠~ 임수정이 기자에게 씨름기술을 한수 선보였다. | ||
“어떤 종목보다도 씨름이 한국의 전통 스포츠잖아요. 그런 종목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껴요. 훈련 시간도 부족하고 훈련 환경도 열악하지만 그래도 뭔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뤄간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제1회 천하장사를 이뤘으니까 2회, 3회도 계속 타이틀을 이어가보고 싶어요.”
대회가 있는 날이면 일주일 정도 보건소의 휴가를 몰아서 쓴다는 임수정은 몸은 고달파도 정신만큼은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천하장사를 사랑에 빠지게 한 남자친구가 있을까? “이전까지만 해도 남자가 이성으로 안 보였는데 이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씨름하는 걸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임수정한테도 라이벌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서슴없이 “같은 부산 소속인 공혜선 선수예요. 대학에서 경호보안과를 전공 중인데 나이도 젊고 훈련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항상 경계 대상입니다”라고 화끈하게 대답했다.
부산=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