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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중반의 막바지, 종반 입구의 모습. 좌하귀 흑1로 젖혔는데, 백은 이를 외면하고 2쪽을 끊었다. 흑1 같은 수에 응대를 하지 않는 것도 있다니! 백이 여의치 않다는 상황이라는 것은 불문가지. 백2는 말하자면 승부수인 것. 그건 알겠는데, 아무리 승부수라고 해도 그렇지. 흑3으로 젖혀 들어간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동.
<2도> 백1로 밀어놓고 3으로 갖다붙이는 것이 일단 수비책인데, 흑4가 지체없이 떨어졌다. 유·불리를 떠나 이런 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3도> 백1 단수칠 때 흑2로 젖혀 받아 패. 이제 팻감이 문제인데, 팻감도 흑이 많다. 좌상 흑4로 팻감을 쓰고 6으로 패를 되따낸 다음….
<4도> 우변 백1을 듣지 않고 흑2로 따내 패를 해소했다. 이것으로 흑이 우세 확립한 것. 백은 계속해서 3, 5로 이쪽 흑 대마를 위협해 보다가 흑6을 보고는 백7로, 다시 좌하귀로 손을 돌렸다. 흑6 다음….
<5도> 백1로 계속 추궁을 해보고는 싶지만 흑2, 4면 거의 완생인 모습. 백은 A로 단수쳐 파호해야 하는데, 또 패. 흑은 B로 따내는 자체 팻감부터 살자는 팻감은 충분하니 백은 수고만 할 뿐이라는 것. 백1을 생략하고….
<6도> 백1로 이쪽에서 흑을 삶을 방해하는 것은 흑2, 4로 여기서 한 집이 생긴다. 백3으로 A는 흑B가 있다.
이창호 9단은 또 준우승이다. 국내외 기전에서 벌써 아홉 번째 준우승만 하고 있다. 징크스일까 실력일까 운세일까. 이창호 9단은 사실은 부러울 게 없는 사람. 우승이나 준우승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사람. 그래도 사람들은 “이창호 9단은 말도 없고, 불평도 없고, 누구처럼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고, 아직 결혼도 안 하고…. 그런 이 9단이 지는 걸 보면 여전히 안타깝다”고들 한다. 이 9단의 팬이 많기는 많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