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한대화, 박종훈, 양상문, 김용수 사진제공=LG트윈스 | ||
로이스터 영입의 추억
2007년 말 롯데가 강병철 감독의 후임을 물색할 때 일이다. 일찌감치 시즌이 끝났는데도 11월이 되도록 차기 감독이 발표되지 않자 항간에선 엄청난 ‘물밑 경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롯데가 감독자 후보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그 대상만 100명 가까이 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심지어 그 안에 허구연 MBC 해설위원, 하일성 당시 KBO 사무총장까지 포함돼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롯데 구단 안팎의 양대 세력인 부산고와 경남고 인맥이 서로 감독을 배출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는 루머도 나왔다.
결국 롯데가 11월 중순에 파격적으로 첫 외국인 사령탑인 로이스터 감독 영입을 발표하면서 무수한 소문들은 일단락됐다. 후보자만 100명이라는 루머는 감독 한 자리를 놓고 구단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또한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였다.
두산 박종훈 2군 감독은 늘 루머의 최상층에 있는 인물이다. 박 감독이 SK에 있을 때에도 항상 차기 감독 물망에 오르곤 했다. 그만큼 지도력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박종훈 감독은 두산 김경문 감독과 동기생이다. 동기생이 2군을 책임지면서 1군 감독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선수 수급을 적시에 이뤄낼 수 있기에 팀 성적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 2군은 마치 화수분처럼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길러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박종훈 감독은 야구계의 대표적인 ‘젠틀맨’으로 통한다. 잘생긴 외모에 대인관계도 좋다. 특히나 지역색과 비교적 무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팀에서 항상 후보군에 올리는 지도자다. 최근에도 모 구단이 감독자 후보 리스트를 몇 명 이내로 압축했다는 설이 돌았다. 그 안에 박종훈 2군 감독이 포함돼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삼성 한대화 수석코치도 감독 후보군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클러치히터로 명성을 쌓았던 한 코치는 선동열 감독이 지난 2004년 말 사령탑으로 데뷔할 때 ‘모셔온’ 케이스다. 한대화 코치가 선동열 감독의 선배다. 보통 감독들은 본인보다 선배를 수석코치로 앉히는 일이 별로 없다. 수석코치는 경기력 전반을 보좌하는 참모 역할도 하지만 때론 전형적인 가신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선배가 수석코치로 있으면 불편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선 감독이 한 코치를 영입한 건 역시 해태 시절부터 이어져온 관계 덕분이다. 한 코치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하게 선 감독을 수년간 보좌해오고 있다.
한 코치는 선수 경력의 대부분을 해태에서 보냈지만, 해태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다는 게 강점이다. 막판에는 LG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94년 우승을 경험했다. 또한 근본적으로 대전고-동국대 출신이다. 여러 면에서 은근히 전국구에 어울리는 경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야구계 오피니언 리더들 가운데 한대화 코치를 감독감으로 추천하는 인물들이 꽤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물론 언제가 됐든 한대화 코치가 감독이 된다면, 선동열 감독은 박수치며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롯데 양상문 2군 감독도 항상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감으로 분류된다. 물론 한때 롯데 감독을 맡아서 결국엔 4강에 올리지 못했다는 경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선수들과의 융화 측면에선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오고 나서 지난해 롯데가 꿈에도 그리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 기반을 과거 양상문 감독이 닦아놓은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양상문 감독 재임 시절인 2005년에 롯데는 시즌 초반 맹렬한 기세로 상승세를 타다가 결국엔 5위로 시즌을 마감한 사례가 있다. 폭행 사건으로 실격선수 처리됐다가 최근 그라운드에 복귀한 롯데 정수근은 “양상문 2군 감독님의 프로그램대로 몸을 만들어 순조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에는 김용수 투수코치가 있다. LG 구단 영구결번(41번)의 주인공이다. 여전히 한국 기록으로 살아있는 통산 227세이브를 쌓아올렸던 인물.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였지만 지도자가 된 뒤 전면에 부각되지 못해왔던 김용수 코치는 올해 1군 투수코치로 올라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용수 코치는 LG 골수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용병 감독설’ 반대 목소리 커
항간에선 또 다른 외국인 감독을 선택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뒤 결과적으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들었기 때문에 다른 구단도 향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루머다. 물론 이 같은 루머에 대해선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8개뿐인 감독 자리를 또다시 외국인이 치고 들어와 수석코치까지 동반할 경우 국내 야구인들의 설자리가 자꾸만 좁아진다는 불만이다.
감독 한 명이 바뀌면 1군 코치진의 대부분, 2군 감독 등 상당한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구단들은 특정 감독 후보를 거론할 때 미리 어떤 코칭스태프가 짜여질 수 있는지를 예측하기도 한다.
김형기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