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거 사진전문기자 | ||
요즘 인터넷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이 분에 대한 기사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바로 KIA타이거즈 김상현 선수인데요, 그 활약이 엄청나대요.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신 것 같아요.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다 팀 이적 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부분들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네요. 이전의 제 모습도 떠올리게 됐었고요.
저도 미국 진출 후 너무나 오랫동안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온갖 어려움을 다 겪어봤잖아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방망이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차별 아닌 차별도 느껴봤고요, 감 좀 잡았다 싶으면 바로 고꾸라지는 황당한 슬럼프도 겪어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들이 무척 원망스러웠고 희망도 빛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야구장으로 출근했던 시절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메이저리그에 먼저 진출해 있는 선배들의 활약은 저한테 엄청난 에너지로 작용했습니다. 박찬호 선배님도 대단하셨지만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던 김병현 선배님의 아우라는 같은 남자이자 선수로서도 무척 부러웠어요. 한창 잘나갈 때 김병현 선배님의 마무리, 세이브는 단연 최고였고 미국 야구에서 진기한 폼으로 유명한 그 분의 투구폼은 ‘야구’보단 ‘아트’ 수준이었습니다.
최희섭 선배님은 같은 타자라서 그런지 더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경기 결과도 항상 체크했고 선배님의 개인 성적도 제 머리 속에 입력해 놓고 있었어요. 시카코 컵스 시절의 최희섭 선배님은 제가 꿈꾸고 소원하는 위치이자 목표였습니다. 미네소타전과의 경기 때였나요? 그때 한 경기에서 홈런이 3개나 나왔었죠. 당시 제가 홈런을 친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 분을 보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어요. 최희섭 선배님처럼 홈런을 잘 칠 수는 없다고 해도 그걸 능가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는 목표 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 그 선배님은 한국에서 맹활약 중이시고 제가 어느새 메이저리거라는 타이틀을 달고 미국 무대에 발 딛고 있지만 마이너리그 시절 최희섭 선배님을 통해 가졌던 ‘감동’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보다는 타자가 성공하기가 더 어렵다는 거 잘 아시죠? 타자는 잘 치고 잘 던지고 잘 잡아야 하기에, 중간 정도의 파워와 어중간한 빠르기라면 절대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만 잘해도 안 되고 두 가지 이상은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해요. 투수보다 타자가 더 살벌한 경쟁 사이클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정글의 법칙에서 전 오늘도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볼티모어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