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버리려다 몸만 버려
“하루는 과일을 사러 가게에 갔는데 주인 할머니가 굉장히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괜찮아. 너무 기죽지 말고 용기내서 살아’라고 아는 척을 하셨다. 평범한 할머니까지 그일을 거론하셨을 땐 정말 한국에서 발 딛고 살기가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일본으로 떠났다. 누군가가 색다른 운동법이 있다고 귀띔해줬고 바람도 쐴 겸 일본 돗토리현을 찾은 것이다. 거기서 추구하는 운동이 일명 ‘이치로 훈련’이었다. 워낙 심적으로 괴롭다 보니까 잊으려고 운동에만 매달렸다. 손민한, 정민철 선배님도 계셨는데 그분들이 하루에 3시간 하실 때 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매번 3시간 이상을 뛰었다. 그게 화근이 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자신의 신체 상태보다 오버된 훈련은 다음 시즌 김병현의 몸에 이상 징후를 일으켰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후 몸의 여기저기서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특히 2002년 발목 부상을 당했던 부분이 더욱 좋지 않았다. “그때도 의사소통이 문제였다. 말이 안 통하다보니까 거기서 가르치는 운동을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무조건 따라한 것이다. 그 이후 성격이 더 예민해졌던 것 같다. 결국 보스턴에서 다시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되긴 했지만 그 당시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제대로 처방받고 이해했다면 또 다른 모습이 됐을 것이다.”
김병현은 다시 야구에 도전하겠다고 결심을 굳힌 이후로 꿈을 통해 과거를 다시 복기하게 됐다고 한다. 야구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표팀 생활을 하며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보낸 의미 있는 시간들, 그리고 애리조나 시절 월드시리즈에서의 악몽과 보스턴에서 불미스런 행동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이어져서 꿈으로 나타난다는 것.
“좋은 자리에 있을 때 그만두면 마지막이 좋았기 때문에 나쁜 꿈을 꾸진 않을 것 같다. 위너였으니까…. 마음 편해지는 꿈을 꾸고 싶다. 더 이상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이영미 기자 reveroflym@il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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