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통화가 어려웠다.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먼저 언론에 보도된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황당하고 기본적으로 정치적 표적수사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국기원 사태 당시 많은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고, 내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태권도인들이 다 안다. 그리고 서울시태권도협회와 사전에 폭력행위를 논의한 공범이라고 하는데 정말 당치도 않은 얘기다. 그리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현재 혐의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용팔이 사건’, ‘전과자’ 등을 운운한 언론보도는 기본적으로 인권을 크게 침해한 것이다. 너무 억울해 인권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응할 생각이다.
―일반인들은 태권도 내부 사정에 대해 잘 모른다. 먼저 구속영장 신청의 원인이 된 지난 1월 19일 국기원 폭력사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 국기원 직원들이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 발표회’를 국기원 강의실에서 열었다. 지난해 6월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던 엄운규 원장의 복귀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그 이전부터 국기원과 법정소송 등 크게 대립하고 있었다. 태권도 원로로, 그리고 국기원 이사로 성명서 발표가 양측의 대립을 심화시킨다고 판단해 현장에 간 것이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국기원 직원 5명이 전치 2주 등의 상해를 입었다. 어떤 물리적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는가?
▲나는 올해 칠순잔치를 한 노인이다. 물론 정정하지만 젊은 사람들을 물리력으로 다룰 처지가 아니다. 그리고 무도를 한 원로이고, 또 태권도 5대 본관의 관장, 그리고 대한태권도협회 고문, 국기원 이사를 맡고 있다. 제발이지 무턱대고 과거 전력을 갖다 붙여 사람을 모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폭력 전과자라는 이유로 나를 걸고 넘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업무를 방해했다든지, (폭력을 행사했다든지) 조금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 전과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인권을 유린해서는 안 된다.
▲ 최근 충남 당진에서 열린 2009세계태권도한마당 시상식에서 이승완 대한태권도협회 상임고문이 입상한 선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용팔이 사건은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선제를 주장하며 신민당을 탈당해 통일민주당을 만들려 하자 창당대회장에 괴한들이 난입해 각목을 휘두르며 참가자들을 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콧수염을 휘날리며 폭력배를 진두지휘한 ‘용팔이’ 김용남 씨가 유명세를 탔다. 김 씨의 배후에 이승완 고문이 있고, 이 고문은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등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아직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당시 나름대로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있었고, 또 그와 관련돼 위법한 행동을 한 것은 이미 모두 처벌을 받았다.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처벌을 받은 것도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나는 그 어떤 실정법에도 저촉받지 않는다. 태권도 원로로 긍지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과거 전력을 악용해 현재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을 정치적으로나, 여론몰이로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심지어 나를 ‘용팔이’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번 경찰청의 사전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정치적 표적수사라고 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가?
▲국기원은 전 세계 최고의 무도 스포츠인 태권도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태권도인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다. 지난해 6월 엄운규 원장이 사표를 낸 후 정상화를 위해 정말이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국기원정상화위원회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내가 국기원 원장 자리에 욕심을 낸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런데 국기원의 정상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던 세력들이 관계당국을 이용해 나를 음해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람들이 나를 직접 찾아와 국기원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하고, 심지어 차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과자는 절대 안 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저항했다. 태권도인이 주인이 돼야 하는 국기원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에 밉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과 관련해 국기원의 특정인사가 경찰, 정부 등에 로비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번 일이 결코 구속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정정당당하게 수사에 임하겠다.
―당신이 새로운 국기원 이사장으로 영입하려고 했던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최근 국기원 이사직 사표를 냈다. 일부에서는 ‘실세 정치인을 믿고 설치다가 버림받은 것 아니냐?’, ‘홍준표 회장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취임 후 지금까지 태권도협회의 많은 숙원사업을 해결해왔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국기원 수장을 맡아 짧은 시간 안에 병폐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태권도인들이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 등을 서슴지 않자 환멸을 느낀 것으로 안다. 누가 누구를 버리는 뭐 그런 식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향후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대다수 언론이 내게 확인도 하지 않고, 용팔이 등 과거 사실을 더 부각하면서 이번 경찰의 수사발표를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의 속성 상 주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 수밖에 없겠지만, 이건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변호사와 상의해 잘못이 없음을 입증할 것이다. 그리고 경찰발표 및 언론보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편향됐다.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서라도 이를 바로 잡을 생각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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