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연과 지은희가 지난 17일(한국시간) 연습라운딩을 마친 후 다정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 ||
그런데 최근 최나연(22) 지은희(24) 등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심지어 올 시즌 루키인 신지애도 부친 신재섭 씨가 모든 대회를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절반 정도는 혼자 생활한다.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혼자서 그 많은 짐을 들고 미국에서 투어생활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정작 당사자들은 “할 만하다. 프로로서 오히려 이게 당연한 것 아닌가? 오히려 외국선수들은 부모가 항상 함께 다니는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답한다.
‘나홀로 생활’의 대표주자는 최나연이다. 지난 5월 코닝클래식 때부터 함께 다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평생 부모와 함께 투어생활을 할 수도 없고, 어차피 겪을 일이라면 빨리 독립하는 것이 투어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항공이나 숙소 예약, 그리고 투어사무국과 관련된 일은 여기 미국 현지에서 도와주는 매니저들이 있어요. 그 외에 실제로 움직이는 건 전부 혼자해요. 캐디백과 가방 등 짐이 많지만 가끔 캐디나 대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할 만해요. 음식이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전 하루 세 끼를 다 미국음식으로 먹어도 괜찮아요.”
아직도 어리게 보이는 ‘얼짱’ 최나연이 이렇게 말할 때는 아주 성숙해보였다. ‘얼굴이 조금 마른 것 같다. 혼자 다녀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요.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데 젖살이 빠져서 그런 것 같아요”라는 답이 나왔다. 오히려 성형수술했느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얼짱’이 더 예뻐졌다.
의사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묻자, 최나연은 “외고(대원외고)를 나온 까닭에 영어를 아주 잘 하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직 잘 못해요. 하지만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은 없어요”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미LPGA의 한국인 직원인 숀 변 씨가 “최 프로는 LPGA 영어수업에서 가장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숙제도 유일하게 다 해내는 선수”라고 거들었다.
최나연은 다음 주에는 투어 대회를 한 번 쉬는데 그 기간에 올랜도로 가서 내년부터 살 집을 볼 계획이다. 이제는 집을 구하는 것까지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US오픈 우승 쾌거를 달성한 지은희도 옆에서 “지금 4개 대회째 혼자 다니고 있어요. US오픈 때도 아버지가 안 계셨어요. (아빠 없이) 다닐 만해요”라고 거들었다. 지은희는 캘리포니아에 집을 구할 계획이다.
조금 후 두 사람은 오늘 저녁을 먹을 인근 한식당 위치를 놓고 잠시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또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000코리언바비큐 있네. 여기로 가면 되겠네”라고 결론을 내렸다.
‘골프대디’들이 들으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의 투어생활은 크게 불편해보이지 않았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