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 국가대표 박철우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상렬 코치로부터 구타당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선수들 중에는 터키에서 뛰고 있는 문성민과 박철우도 포함돼 있었다. 문성민은 원래 이번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부상을 이유로 엔트리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오후에 박철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상렬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받았는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팀 내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결국 박철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상렬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얼굴과 복부를 보여주며 사태의 심각성을 공개했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협회 간부는 폭행 사실이 확인되면 관계자를 엄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직후 다시 박철우와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여전히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듯한 음성이었고 기자회견으로 인해 불거질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걱정을 앞세우기도 했다.
―이상렬 코치한테 맞은 이유가 무엇인가.
▲김호철 감독님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말씀을 하시는데 내 표정이 좋지 않게 보였다고 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데 대답도 안 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상렬 코치가 심하게 뭐라고 하셨다. 내 눈빛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후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고 발로 복부를 걷어찼다.
―선수 입장에선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맞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코치 입장에선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이 부분에 대해 이상렬 코치한테 직접 얘길 듣고 싶었지만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물론 코치님이 보시기엔 맞을 만하다고 생각하셨으니까 때리셨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맞을 만큼 태도가 불성실했거나 코치님께 대들거나 그러지 않았다. 지금까지 운동을 하면서 구타는 숙명과도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선배들, 지도자들로부터 맞으면서 운동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단순히 매를 맞은 게 아니라 폭행 아닌가. 선수가 반성이 아닌 인간적인 모욕감을 느낀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소속팀 감독인 김호철 감독이 보는 자리에서 때렸나.
▲그 부분에 대해선 말씀 드리기 어렵다. 어제 감독님과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그뿐이었다. 만약 감독님께서 무슨 조치를 취하셨다면 기자회견까지 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선수 입장에서 이렇게 기자회견까지 연다는 건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난 그래도 이름이라도 알려진 선수 아닌가. 나도 이렇게 맞는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실상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솔직히 마음이 편치가 않다.
―이전 대표팀 소집 때 문성민 선수도 맞았다는 얘길 들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부분에 대해선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기자 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지금 굉장히 복잡한 마음일 것 같다. 대답 하나하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지만 솔직히 두렵다. 배구 하나만 보고 지금까지 살았다. 앞으로 내 문제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 지어질지 모르겠다. 불미스런 일로 대표팀을 나왔지만 여전히 태극마크는 나한테 소중한 의미로 작용한다. 팀에 복귀해서도 이전처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걱정만 쌓인다. 당분간은 심리치료를 받으며 쉬고 싶다.
박철우와 인터뷰 후 김호철 감독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다. 결국 김호철 감독은 19일 배구협회에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주전 선수가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편 문성민도 구타를 당했다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문성민의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취했다.
문성민의 에이전트는 “성민이가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우리한테 대표팀 내에서 벌어진 일을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그 문제에 대해선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면서 “이번 대표팀 엔트리에서 빠진 이유는 워낙 피로가 많이 쌓인 탓에 소속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라 협회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