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30일 한화와 계약을 맞은 한대화 신임감독. 왼쪽은 이경재 한화 사장.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
지난주 감독 교체를 상징하는 인사가 LG 구단에서 이뤄졌다. 10월 7일 LG는 김용수 전 투수코치를 스카우트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현장에서 뛰던 인물이 무대 뒤편의 프런트쪽 보직이라 할 수 있는 스카우트가 됐다는 건 결국 좌천을 의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용수 스카우트는 LG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차기 감독이 거론될 때마다 늘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LG 골수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박종훈 감독이 팀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박 감독과 김 스카우트가 함께 일하기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리 이동이 생기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김재박 전임 감독 휘하에 있던 정진호 수석코치, 김용달 타격코치, 윤덕규 수비코치 등 핵심 참모들은 모두 야인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보면 김용수 스카우트는 살아남은 셈인데, 애초부터 ‘김재박 라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구결번 ‘41’의 주인공이자 LG의 상징적인 인물인 김용수 스카우트를 완전히 아웃시킬 경우 홈팬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김재박 전임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본인의 유임 가능성을 상당히 믿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본준 구단주의 신임이 두터운 편이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재계약 포기가 확정되는 순간의 상실감도 굉장히 컸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다. 또 다른 얘기가 있다. 구본준 구단주는 박종훈 신임 감독이 선수시절이었을 때부터 “야구를 참 깔끔하게 잘한다”면서 팬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니 라이벌 팀 두산의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 LG 박종훈 감독 사진=LG 트윈스 제공 | ||
한대화 한화 감독은 박종훈 감독에 비하면 참모 인선 권한을 많이 부여받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삼성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종두 타격코치를 데려갔다. 또한 강성우 배터리코치 역시 한 감독을 따라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투수코치에 대한 인선권도 부여받은 한대화 감독은 일본인 코치 영입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주요 코치직에 대한 권한을 모두 부여받은 셈이다. 한대화 감독은 대전고 출신이다. 한대화 감독이 사령탑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그룹 내 대전고 인맥의 파워가 거론되기도 했다.
삼성은 한화가 감독을 교체하는 바람에 그 영향으로 졸지에 코칭스태프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케이스다. 특이한 건 마치 기회를 잡았다는 듯, 대구와 삼성 출신 코치들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재걸이 코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1년간 연수를 받은 김한수 코치도 컴백했다. 한동안 전력분석원을 맡았던 김종훈도 코치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들 3명은 모두 대구 출신은 아니지만 삼성에서 오랜 기간을 뛴 선수들이라 여기까지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장효조 스카우트가 2군 수석 및 타격코치를 맡으며 현장에 복귀했다. 1년 전 유니폼을 벗었던 양일환 투수코치도 2군 투수코치로 복귀했다. 장효조 코치는 현장에서 떠난 지 꽤 된 인물. 양일환 코치는 구단 차원에서 경질했던 인물이다. 그런 코치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두 코치 모두 대구상고 출신이다. 삼성은 선동열 감독에게 5년 재계약을 해줬지만, 동시에 팬들의 ‘민심’을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는 게 야구인들의 증언이다. 최근 2~3년간 대구의 삼성 홈팬들은 타 지역 출신 코칭스태프가 너무 많다는 점을 놓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줄기차게 구단을 압박했다. 그 결과 구단이 팬들의 눈치를 보게 됐고, 대구 출신들을 코칭스태프에 새롭게 포진시킴으로써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구단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코칭스태프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다.
향후 또 다른 감독 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팀은 롯데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재계약을 원하는 발언을 했지만, 롯데 구단은 공식적으로는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이제는 롯데가 토종 감독으로 교체해야 할 때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인물이 다름 아닌 신동빈 구단주 대행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롯데가 감독을 교체한다면 휘하 참모진 구성이 어떻게 이뤄질지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롯데 역시 지역색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형기 야구 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