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성훈은 LA 한인타운의 무술원에서 팬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문용 총재(왼쪽)와 문아리 관장. | ||
이날 무술원에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일본 및 타인종 팬들까지 찾아왔다. 심지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톱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클리블랜드)까지 ‘추추회동’을 위해 직접 시간을 냈다. 추신수가 먼저 “마침 LA에 있어 꼭 인사하고 싶었다. 특히 나와 같은 성을 가져 관심이 많았다. 추성훈 선수 경기는 빼놓지 않고 다 챙겨봤다”며 인사를 건네자 추성훈도 “평소 야구를 즐겨봐서 추신수 선수도 잘 알고 있다. 힘이 좋은 것 같다. 올해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내년에는 더 잘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워낙 사람들이 몰린 까닭에 ‘편안한’ 인터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 그래도 워낙 화제인 만큼 일본의 톱모델인 야노 시호와 뒤늦은 비밀 결혼식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추성훈의 결혼이)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말에 추성훈은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라고 짧게만 답했다. 재차 소감을 묻자 추성훈은 “아이 뭘요”하며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직답을 피했다. 추성훈은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비공개로 양가 친지와 일부 지인 등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둘은 이미 지난 3월 혼인신고를 한 까닭에 10개월 정도 늦어진 결혼식이었다.
이에 이날 추성훈과 함께 나타난 일본 아키야마 도장의 매니저(쿠라가타), UFC의 추성훈 담당자(이시바시 료), 그리고 한국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를 통해 속내를 취재했다. 추성훈은 이들 모두에게 자신의 결혼식과 관련해 철저하게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IB스포츠의 송석나 부장은 “하도 문의가 많아서 공식적인 멘트라도 하나 따자고 추성훈 선수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추성훈 선수는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가 일본 내에서 자신보다 인지도가 더 높기 때문에 아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추성훈의 결혼식에는 일본 내 어떤 미디어도 참석하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블로그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을 뿐 IB스포츠도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 추성훈 팬이 인터넷에 올린 결혼식 사진. | ||
이번 추성훈의 로스앤젤레스행은 UFC가 아시아마케팅을 하는 차원에서 김동현과 함께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동현은 훈련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함께 오지 못했고, 추성훈은 UFC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미국 전지훈련에 앞서 특별히 시간을 낸 것이다.
이날 추성훈은 무술원에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실전과 다름없는 화려한 격투시범을 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무술원의 문용 총재가 세계 최고의 파이터 중 한 명인 자신을 상대로 ‘원포인트 레슨’을 할 때도 아주 겸손한 자세로 경청하는 매너를 보였다. 문용 총재는 “얘기를 좀 나눠봤는데, 자신감이 넘치고 파이터로 훌륭한 몸을 가졌다. 정신력이 아주 강인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성훈은 25일 오전(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LA레이커스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UFC 104를 특별관전한 후 약 5주간의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익스트림 커투어’ 체육관으로 가 UFC의 명선수들과 함께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바로 내년 2월 11일 ‘UFC 111’에서 동양인 킬러로 유명한 실바와의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추성훈은 지난 7월 UFC 데뷔전(UFC 100)에서 앨런 벨처(미국)를 상대로 명승부 끝에 힘겨운 판정승을 거뒀다. 멋진 경기였지만 완승은 아니었고, 심지어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선수를 상대로 15연승을 기록 중인 실바를 상대로 하는 2차전이 자신의 파이터 인생에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추성훈의 매니저 측은 데뷔전에서 고전한 후 추성훈은 UFC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으로 내려가 혹독한 훈련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미국 전지훈련에는 한국이나 일본의 소속사 직원도 동행하지 않는다. 추성훈 선수 본인이 요구한 것이다. 일본어를 하는 UFC 직원이 생활편의를 조금 봐주기는 하겠지만 모든 훈련을 혼자 미국선수들과 직접 맞닥뜨리며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추성훈은 “(라스베이거스 전지훈련에서는) 오로지 격투기와 훈련만을 생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성훈은 ‘UFC의 메카’로 명문 격투기체육관이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익스트림 커투어 체육관을 중심으로 도움이 될 만한 훈련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땀을 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