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사단의 황태자’ 김민우가 학교 측과 상의 한마디 없이 PSV 에인트호벤 훈련에 참가해 파문이 일고 있다. | ||
지난 22일 김민우는 에이전트와 함께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민우의 출국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소속팀 연세대 신재흠 감독조차 뒤늦게 신문 기사를 보고 김민우가 한국에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정도다. PSV 에인트호벤에서 1, 2군 훈련에 참여했던 김민우는 일주일 뒤인 29일 귀국했다.
12월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민우는 “일주일가량 PSV팀에 합류해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도 했는데 짧은 시간동안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훈련할 때 선수들의 집중력과 승부욕이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축구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라 마음 편히 선수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우는 입단 테스트를 따로 받은 게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모습 속에서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워와 스피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설령 계약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민우가 네덜란드에서 훈련하는 동안 김민우의 출국을 나중에 알게 된 연세대 측과 신재흠 감독은 대로했다. 신 감독은 김민우의 출국을 묻는 기자들의 확인 전화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민우가 나한테 말도 없이 그냥 나갔겠느냐. 잘못 알려진 일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처음엔 믿지 못했다. 엄연히 연세대 소속인 선수가 학교에 알리지도 않고 외국으로 테스트 받으러 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이더라.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가 났는지 모른다. 학교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선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에이전트는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돌아가는 상황이나 룰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렇다 할 말도 없이 선수를 데리고 나간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건 학교를 무시하는 처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신 감독은 김민우를 11월 30일자로 축구부에서 내보냈다고 털어놓았다. 김민우의 축구부 퇴출은 학교 체육위원회와 상의해서 이뤄진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김민우는 신 감독의 퇴출 명령에 네덜란드에서 돌아온 다음날 연세대 축구부에서 짐을 싸서 나왔고 지금은 언남고에서 훈련 중이다. 문제는 축구부 퇴출이 자퇴로 이어질지의 여부다.
“축구 선수 이전에 인성이 중요하다. 김민우란 선수가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선수인지는 몰라도 인성을 갖추지 않고선 결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학교는 어떻게 되든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만약 민우가 PSV행이 성사된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도 (퇴출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편 김민우의 에이전트 서태원 이사는 “연세대 측에 미리 보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시간도 촉박했고, 워낙 급작스럽게 일이 진행됐으며, 무엇보다 PSV 구단과의 사전 약속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서 이사는 “PSV 측에서 계약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해 줄 것을 부탁해와 사전에 학교 측에 말을 하지 못했다. 귀국하자마자 신 감독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많이 언짢아 하셨다. 그래도 설마 학교에서 내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이사는 김민우가 축구부를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자퇴나 퇴학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교 체육위원회에서 김민우를 퇴학 조치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서태원 이사는 일부 언론에서 김민우의 PSV행이 결렬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언론에서 네덜란드 현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민우의 PSV행이 불발된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 보도가 나온 이후 에인트호벤 관계자와 직접 통화할 수 있었다. 아직 구단에선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고 조만간 좋은 소식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리고 기사들마다 민우가 PSV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또한 정확한 내용이 아니다. 민우는 PSV로부터 초청된 선수였다. 항공료와 체재비 일체를 지급받고 PSV에 초청돼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것이다.”
서 이사는 만약 PSV행이 실패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제2, 제3의 대안도 마련해 놓았다고 귀띔했다. 정확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김민우가 올 겨울에는 반드시 프로팀에 입단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어차피 프로에 가게 되면 학교 생활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학교 측과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민우가 위축되지 않고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해주길 바란다.”
연세대 체육위원회 측은 김민우 문제에 대해 “축구부에서 나갔다고 자퇴는 아니지만 선수가 자퇴를 원한다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