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비추미 농구단 치어리더 팀(위)와 SK 나이츠 치어리더들. | ||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운동선수들과 8등신 치어리더, 한참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끼리 지방을 돌며 일정을 함께하다보면 스캔들이 나지는 않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구단 관계자들은 철통 보안으로 인해 선수와 치어리더가 서로 마주칠 기회조차도 ‘전혀 없다’고 호언장담한다. 구단의 철저한 관리로 경기장 출입구에서부터 대기실까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고 연습시간도 다르게 배치해 서로 만날 수 있는 소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설문조사에 의하면 구단의 철통수비도 이들 청춘남녀의 연분을 막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설문응답자 85명 중 33명이 선수들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 무려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은 “그렇게 막았는데 어떻게 연락하는지 미스터리일 뿐”이라는 반응이지만 장본인들이 밝히는 내막은 의외로 단순하다. 워낙 잘 다져진 몸매와 장신의 키로 인해 서로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는 것. 나이트 같은 장소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로 알고 부킹을 한 것이 아니더라도 호감을 느껴 대화를 나누게 되고 통성명하다 보면 무대 위의 ‘전사’와 ‘꽃’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이렇듯 운명적으로(?) 성사된 만남이지만 선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던 33명 중 28명이 퇴짜를 놨다고 밝혔다. 이유는 ‘엄격한 구단의 규정(12명)’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11명)’를 꼽았다. 구단 규정 상 치어리더와 선수가 교제할 경우 치어리더가 퇴출되는 것이 관행이라 자칫 불장난 한 번에 밥그릇이 깨질 수도 있는 현실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치어리더 경력 15년 차 이미선 팀장(37·인천전자랜드)은 “예전에는 선수들과 뒤풀이도 함께 가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문화가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구설수에 오르자 서로 경계를 분명히 하게 됐다”고 엄격한 규정이 생겨난 배경을 말한다. 이밖에도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5명)’라는 호불호에 따른 냉정한 평가도 더러 있었다.
반면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비밀 데이트를 해보고 싶은 ‘매력남’으로는 김승현(31·대구오리온스) 홍성흔(32·롯데자이언츠) 우지원(36·울산모비스) 함지훈(25·울산모비스)이 3표씩을 얻어 공동 1위가 됐다. 이유는 잘생긴 외모와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 다수의 표를 얻진 못했지만 눈여겨 볼만한 선택으론 박명수를 닮은 외모 때문에 하루 종일 재미있게 해줄 것 같아 보이는 김현중(28·창원LG)을 선택한 경우와 ‘모 선수가 바람둥이라던데 실제로 보면 순하고 착해 보이더라, 어떤 게 진짜인지 데이트해보고 싶다’는 답변도 있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응원해야 하는 게 치어리더의 역할이지만 남몰래 상대편을 응원했던 경험도 26명이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선수 때문에 마음이 동한 경우(11명)와 예전에 활동하던 친정팀에 대한 향수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응원(13명)하게 된다는 것. 야구 경기의 경우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나머지 연장까지 가지 말고 상대팀이 이겨버렸으면 하는 독한 마음을 품는 경우(2명)도 있었다.
프로야구의 경우 4월부터 9월까지 정규리그가 진행되다 보니 한여름 내내 땡볕에서 보내야 한다. 때문에 치어리더들이 가장 측은하게 느끼는 이들도 야구선수들(42명)이었다. 더운 날씨에 연장전까지 가게 되면 족히 3시간을 넘기는 것이 기본이라 응원하기 가장 힘든 종목으로도 단연 야구(46명)가 압도적이었다.
객석의 ‘진상 관객’도 야구경기를 꺼리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응원단상 바로 앞이 객석이다 보니 상식 밖의 일이 속출한다. 가장 불쾌한 관객은 카메라로 치마 속을 촬영하는 ‘철면피형’(47명)이다. 한 치어리더는 “요즘엔 경기는 안중에도 없고 캠코더를 가져와 치마 속 동영상을 찍어대는 관객도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토로한다. 언어폭력도 상당하다. 성적 비하 발언을 하거나 짧은 노출 의상에 혀를 끌끌 차는 관객들을 보면 단상 위에서 응원을 하다가도 울컥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관객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야구만이 가지는 중독성이 힘든 시즌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고 덧붙인다.
농구는(33명) 두 번째로 어려운 종목으로 꼽혔다. 경기 중간 상품을 나눠주기 위해 관람석으로 갈 때 치마를 올리는 관객에서부터 팔이나 다리를 주먹으로 치거나 만지는 관객까지 이벤트 진행 중 찰나를 노리는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외국인 용병들의 습격(?) 역시 두려운 일이다. 경기가 격하게 진행되다 보면 가끔 공이 치어리더 쪽으로 날아오는데, 외국인 선수들이 거침없이 몸을 던지곤 해 머리를 맞거나 짓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 치어리더는 “정면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소가 뛰어 오는 듯하다”며 관객들은 모를 코트 위의 공포를 전한다.
지방 경기장에선 황당한 일들이 더러 발생한다. 어떤 관객은 수표에 휴대폰 번호를 적어 치어리더의 가방에 몰래 넣고 사라지기도 하고, 상품권에 연락처와 편지를 남기는 방법으로 관심을 모으려는 관객도 눈에 띈다.
이렇듯 무대에 서게 되면서 겪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구단에 소속돼 치어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일은 치어리더한테는 대단한 자부심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기회를 얻는 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프로 무대는 제한돼 있는 반면 이벤트나 공연 기획업체가 우후죽순 식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업계 상황은 치어리더들의 삶을 갈수록 팍팍하게 만든다. 한 이벤트 업체 관계자는 “설 수 있는 무대가 10개라면 치어리더 팀은 20개도 더 된다”고 한탄한다.
프로 스포츠의 경우 매 시즌마다 구단에서 공고를 내는데 가령 A라는 구단이 치어리더 선발 공고를 내면 10개 이상의 각종 이벤트 회사 치어리더 팀들이 몰려와 응원대결을 벌인다. 이때 경쟁에서 이기는 한 팀이 해당 구단과 계약을 맺고 한 시즌 동안 활동하게 된다. 다음 시즌에도 같은 이벤트 회사와 계약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치어리더들은 팀 내에서 소속감을 갖는 것보다 사정에 따라 매년 회사를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업체에서 어떤 구단의 계약을 따냈다고 하면 그 쪽으로 치어리더들이 옮겨가 시즌마다 팀원이 대거 바뀌는 것. 작년엔 A구단을 응원하다 올해는 라이벌 팀을 응원하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경력 5년 차 이상의 베테랑 치어리더들은 매년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친화력이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치어리더 팀장들은 “관객의 반응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느냐가 항상 숙제”라고 말한다. 하루 평균 5~6시간 연습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몸빼바지’ 의상부터 뮤지컬, 마술쇼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응원을 시도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대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에도 심장이 쿵쾅대고, 관객들이 건성으로라도 박수 한 번 더 쳐주길 바라는 것이 화려한 응원에 가려진 치어리더들의 속마음이다.
매 시즌 구단의 판단에 의해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낮은 수당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몇 년째 개선되지 않아도 불만사항을 토로하기 어렵다.
구단에서 치어리더 한 명에게 주는 수당은 보통 한 경기 당 15만~20만 원. 신입의 경우 농구시즌으로 치면 한 달에 최대 70만 원을 받게 된다. 한 치어리더는 “이전에 몇몇 매체에서 치어리더들이 150만~200만 원으로 중소기업 사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보도했지만 사실 고정급을 받는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 정도 수입을 받으려면 외부행사나 다른 서너 가지 종목을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다녀야 가능한 금액이다”라고 말한다.
대기실이나 연습장 같은 주변 시설도 열악한 상태라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실제 서울, 인천, 용인 지역의 홈구장과 연습실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이 난방도 되지 않는 좁은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마치고 무대 의상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렇듯 코트 위에선 화려한 꽃이라 불리지만 속으론 말 못 할 어려움을 겪는 치어리더들에게 힘이 되는 태양 같은 존재는 그들을 응원하는 팬클럽이다. 경력이 오래된 치어리더의 경우 7년 된 골수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얼짱 치어리더들의 경우는 팬클럽 회원이 2500명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주 KCC 치어리더들은 “지방에 원정 경기가 있으면 버스를 타고 와서 홍삼과 비타민제를 주고 가며 건강을 챙기라고 걱정해주는 팬들이 있다”며 갖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팬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 덕분에 ‘야구장의 꽃’ ‘코트의 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에 안 끌리는 이유
코트 밖에서도 '선수'일거 같아 ㅋㅋ
▲ 지난 7일 오후 삼성 비추미 농구단 치어리더 팀이 경기에 앞서 대기실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그 와중에서도 전주 KCC 강병현(24)은 ‘치어리더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6명)’로 뽑혔다. 주목할 만한 것은 결혼하고 싶은 후보에 이승준(31·서울삼성썬더스), 챈들러(27·원주동부프로미), 박태양(23·부산KT), 아이반 존슨(25·전주KCC)이 각각 2표씩을 얻어 혼혈, 외국인 용병 선수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가끔 서툰 한국말로 “겐추나?(괜찮아?), 수고 했어”라고 귀염성 있게 인사를 건네고 이벤트 중 팬 서비스 시간에도 즐겁게 잘 호응해 주기 때문이다.
결혼 다음으로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다’(19명)와 ‘옷 가게 같은 개인사업’(12명), ‘무용교사’(9명)가 뒤를 이었다.
가족에게 잘할 것 같이 보이는 ‘품절남’ 선수는 우지원(36·울산모비스) 추승균(35·전주KCC) 신기성(34·부산KT)이 1(14명), 2(7명), 3(4명)위를 차지했다. 우지원은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여준 가족들과의 모습이 너무 다정해 보여 좋은 남편감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고 추승균과 신기성은 가끔 경기장에 찾아 온 아내와 자녀들을 아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선수 '치어리더' 강추
각선미 짱 '강병현'
▲ 사진제공=전주KCC | ||
이외에도 문태영(31·창원LG)이 4표, 챈들러가 3표를 얻어 ‘섹시한 근육질 몸매’로 스카우트 대상에 올랐고 하승진(24·전주KCC)이 긴 팔 다리와 쾌활한 성격 덕에 두 표를 얻었다.
*강병현은*
출생 1985년 3월 3일 신체 키 193cm 체중 87kg 혈액형 O형
학력 중앙대학교 포지션 가드 경력 2007 농구대잔치 MVP
손지원 인턴기자 snorkle@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