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과 추성훈은 호형호제하는 것은 물론, 합동훈련과 UFC 동반 출전을 고려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연합뉴스 | ||
한국을 대표하는 UFC 파이터 추성훈(34·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과 김동현(27·부산팀매드)이 마치 친형제 이상의 형제애를 주고받고 있다. 호형호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합동훈련과 UFC 동반 출전을 고려할 정도다. 매니지먼트사(IB스포츠)가 같은 둘은 지난 12월 23일 MBC TV의 인기예능프로그램인 <놀러와>에 출연해 우정의 입담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점점 짙어가는 두 파이터의 ‘우정 투맨쇼’를 <일요신문>이 들여다봤다.
유도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추성훈이 일본에서 톱스타로 등극한 후 UFC에 늦깎이로 뛰어들었다면, 일본 격투기의 2부리그 격인 DEEP에서 탄탄한 기초(무패)를 쌓은 김동현은 먼저 UFC에 뛰어들어 무패(3승1무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대주다. 방송출연 등으로 추성훈이 한국 여성팬들에게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면 김동현은 ‘젊은피’과 ‘순국산’이라는 점을 앞세워 추성훈을 거의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UFC에서 둘은 각각 미들급과 웰터급으로 한 체급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신장이 큰 김동현이 체급을 올릴 가능성이 있고, 또 추성훈도 웰터급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둘이 맞붙는 극단적인 상황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라이벌 의식도 갖고 있지 않을까?
대답은 “네버(NEVER)”다. 둘의 인연이 생각보다 훨씬 깊기 때문이다. 김동현은 2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3년 전 일본에서 무명으로 활동할 때 소심한 성격 탓에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서 연습만 했는데 그때 성훈이 형이 많이 챙겨줬다.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듣더니 바로 물을 한 통 사주고 일본 선수들과 편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너무 잘해줘서 그때 바로 형님이라고 불렀고, 또 추성훈 선배도 말을 놓으면서 격의없이 대해줬다”고 설명했다.
둘은 지난 7월 UFC 100대회(라스베이거스) 때 동반 출전할 당시, 같은 라커룸을 썼다. 긴 대기시간 동안 여러 얘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 이때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추성훈이 경기 도중 얼굴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해 곧장 병원으로 후송된 것이다. 김동현은 추성훈의 병문안을 갔고, 이것이 ‘선배’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줬다. 이때 김동현은 추성훈의 예비아내(이후 결혼) 야노 시호를 만나기도 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김동현이 추성훈의 일본 체육관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훈련도중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미 잡혀있는 경기가 취소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3주 일정을 2주로 단축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추성훈이 김동현의 숙소까지 찾아와 위로를 전했다. 김동현은 “정말 놀랐다. 호텔방까지 직접 찾아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이다 보니 둘은 라이벌은커녕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가 돼 가고 있다. 이번 <놀러와>녹화 때 추성훈은 “무릎부상이 빨리 회복돼 다행이다. 언제라도 다시 일본으로 와 합동훈련을 하자”고 제안했다. 김동현도 “다음 대회는 성훈이 형과 함께 출전해 동반승리를 거두고 싶다. 그렇게 되면 아직 일본에 비해 저변이 얇은 한국 격투기가 한층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참고로 추성훈이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여성팬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이날 김동현은 대학시절 유아체육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귀여운 댄스’를 선보였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도 둘은 같은 유도를 베이스로 하지만 큰 차이를 보인다. 추성훈이 물러서지 않는 타격가로 자리를 잡은 반면, 김동현은 ‘그라운드 기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즉 추성훈에게는 그라운드 기술 보완이, 김동현은 타격 연마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지켜보기만 해도 즐거운 추성훈-김동현의 UFC 투맨쇼는 2010년 봄쯤에 2탄을 선보일 것 같다.
파이터는 공처가 ㅋㅋ
링에선 우락부락 집에선 사근사근
궁금증 하나. 요즘 최대 화젯거리는 바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불륜의 황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유부남인 추성훈과 여자친구가 있는 김동현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따지고 보면 신혼인 추성훈에게는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 당연히 “신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는 뻔한 답변이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김동현의 대답이다. “여자친구가 워낙 엄해서 딴 생각은 할 수도 없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웃음).” 파이터는 대개 미인과 사귀고, 또 대체로 여자에게 잡혀 산다는 속설이 있는데,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궁금증 둘. 둘이 공통적으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다음 상대는 누구냐는 것. 추성훈은 좀 쉽다. 원래 맞붙을 예정이었던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33·브라질)가 마이클 비스핑(30·영국)으로 상대를 바꾼 까닭에 이 경기(2010년 2월 UFC 110)의 승자와 격돌한다. 김동현은 좀 복잡한데 어쨌든 웰터급 랭킹 5~10위권의 선수와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김동현은 매트 세라를 가장 원하고 있다. “스타일 상 가장 멋진 경기가 나올 같다. 니킥으로 KO승을 거둘 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궁금증 셋. 김동현이 <일요신문>에 이런 내용을 꼭 써달라고 부탁해왔다. “한국에서는 자꾸 격투기라고 하는데 사실 격투스포츠가 정확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UFC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방송에 나가는 것도 이런 점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성훈이 형한테도 한국팬들에게 이런 점을 많이 강조해달라고 부탁했다.”
앞으로 김동현은 훈련 및 경기에 지장이 없는 한 가능한 적극적인 방송활동을 통해 UFC 및 격투스포츠 홍보대사 노릇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동현이 방송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를 찾은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