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KIA 장성호는 전날, 구단과 만나 연봉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제기된 트레이드 요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장성호가 구단 관계자 앞에서 감정을 드러낸 건 구단이 제시한 연봉 액수 때문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봉 5억 5000만 원을 받았던 선수에게 50% 이상 대폭 삭감된 1년 2억 5000만 원을 제시받았던 것.
“어떻게 그런 액수가 나왔는지 인사고과표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트레이드 요청한 선수에게 고과표를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고 하더라. 연봉이 깎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적은 액수가 제시돼 실망감이 컸다.”
장성호는 한화로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일부 기사에선 내가 일방적으로 한화로 트레이드 해달라고 한 것처럼 보도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구단에서 먼저 물어봤다. 수도권 팀으로 가고 싶으냐고. 그래서 내가 ‘아니다’라고 했더니 ‘그럼 어디?’라고 해서 ‘야수가 약한 팀’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한화가 거론됐는데, 기사가 나오자마자 한화 측 입장이 제기되니까 많이 괴로웠다. 요즘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선수 한 명 망가지는 거 정말 쉽다고.”
장성호는 연봉 협상 전날, KIA 조범현 감독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성호는 필요한 선수다. 서운함을 잊고 야구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달 동안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왜 지금에서야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구단에서 먼저 나한테 ‘기대치가 낮은 선수’라고 해놓고 감독님은 두 달이 지나서야 ‘필요한 선수’라고 하셨다. 구단이나 감독님이나, 나란 사람을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거 아닌가.”
장성호는 어차피 KIA랑은 회복할 수 없는 관계라고 단정지었다. 이 부분은 구단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추진시켜주길 원했다.
장성호는 소속팀 KIA랑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게 무엇인지를 묻자, “조만간 알게 되겠죠 뭐”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