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LPGA 한국선수들 사이에서 나도는 말이다. 세계 최고의 투어인 미LPGA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호주 등 유럽투어까지 선수들의 외도가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 한파가 계속되면서 미LPGA는 한때 1년에 30개 훌쩍 넘던 대회수가 2010년에는 고작 24개로 줄었다. 그나마도 2개 대회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이를 월별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월에 2개 대회가 열리지만 3월과 5월에는 각각 대회가 하나밖에 없다. 나비스코(4월초)와 같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선수는 풀시드를 갖고 있어도 한 달 이상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골프의 계절인 8, 9월에도 대회는 각기 2개밖에 없고, 4주 내내 대회가 있는 달은 7월 한 달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LPGA 정회원들이 일본이나 한국투어로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한국선수 10명이 새롭게 2010년 풀시드를 따냈다. 숫자도 많지만 그 면면을 보면 미LPGA 우승경력이 있는 김영, 박인비, 이선화가 포함돼 있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나리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4명이 미국에서 뛰던 한국선수들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직행한 선수들을 포함하면 일본투어의 한국선수는 20명이 넘는다. 일본은 상금은 미국보다 적지만, 대회수가 더 많고 또 이동거리가 짧아 미국에 비해 경비부담이 훨씬 덜하다. 여기에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선수들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다는 등 장점이 많다.
KLPGA(한국) 퀄리파잉스쿨에서도 홍진주, 임성아, 김수아 등 3명의 미LPGA 출신이 풀시드를 받았다. 미국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을 마다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투어도 최근 대회와 상금이 늘어 상금랭킹 20위권 이내에 들면 웬만한 미국의 풀시드선수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컴백 열풍’이 거센 것이다.
여기에 완전히 투어를 옮기는 것 외에 위에서 언급한 미LPGA 공백기에 초청선수로 한국이나 일본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있다. 시즌 중에도 3~4주 동안 대회가 없는 기현상이 수차례 발생하기에 바로 이때 일본이나 한국으로 옮겨가 2~3개 대회를 뛰면 경기감각도 유지하고, 또 상금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풀시드를 따낸 선수도 미국이나 한국의 대회에 자주 출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선수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 적을 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전 세계 여자프로골프가 미국의 경제 한파 ‘덕’에 국경을 넘어 세계화가 됐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미LPGA 선수이사로 활약했던 정일미는 “2010년에는 이전에 비해 고국대회에 더 많이 출전할 것 같다. 일단 미국 대회가 많지 않은 봄에 한국 대회 3~4개를 선택해 나갈 것이다. 다른 선수들도 다들 비슷한 투어일정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쨌든 2010년은 사상 최대 규모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여자골프선수들이 대거 이동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