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균(왼쪽)과 이범호. | ||
김태균과 관련해선 지난 연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지바 롯데와 3년간 최대 7억엔(약 86억 원)이라는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그 후 속칭 ‘마담뚜’들이 어떻게든 김태균 측에 줄을 대보려 난리가 났었다는 것이다. 남자답게 호탕한 외모에 엄청난 자산까지 갖추게 된 김태균은 그야말로 1등 신랑감이라고 볼 수 있다. ‘마담뚜’들은 재벌이나 사회 유력층 인사의 딸과 김태균을 연결시키려 애썼다고 한다. 성과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태균 측근에 따르면 그가 지난 연말 몇 차례 ‘소개팅’ 자리에 나간 건 사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특급 타자였고, 파격적인 몸값을 받고 일본에 가게 됐으니 그가 ‘마담뚜’들의 주요 타깃이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일본 언론에서 김태균과 관련해 여자 문제를 언급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월 8일 김태균이 지바 롯데 홈구장인 마린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처음으로 공개한 뒤였다. 일본 스포츠신문인 <스포츠닛폰>은 ‘김태균이 귀걸이, 야식, 연인을 봉인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가 ‘3금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일본 입국 때 귀걸이를 착용해 화제가 됐던 김태균은 일본 구단의 룰에 따라 훈련이나 경기때 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한 체중 관리를 위해 즐겨 먹던 야식도 끊기로 했다. 이어 “연인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김태균은 “야구를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바로 이 질문 때문에 ‘연인을 봉인한다’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며, 일본 신문에서 ‘금욕생활의 괴로움을 (훈련 과정에서) 힘으로 바꾸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지바 롯데와 계약할 즈음에 탤런트와 열애설이 터졌던 사실이 일본 언론들로 하여금 다소 뜬금없는 부분에 신경을 쓰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현재 일본 언론에선 김태균을 호의적인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한화 시절에 별명이 수백 개가 넘었기 때문에, 심지어 ‘김별명’이 별명이 됐던 김태균이다. 이 같은 사연과 함께 김태균이 털털하면서도 꽤 재치 있는 성격이라 일본 팬들 정서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지의 이 같은 호의적인 반응이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일 경우, 현지 언론 및 지바 롯데 구단의 시선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을 경험한 삼성 선동열 감독 경우엔 주니치 이적 첫 해에 부진하자 구단 직원조차 그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한때 요미우리 4번타자로 전국구 스타가 됐던 이승엽도 최근 2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순식간에 평범한 선수 취급을 받고 있다.
우선 팀내 경쟁에서부터 승리해야 한다. 지바 롯데의 기존 1루수인 후쿠우라 가즈야가 일찌감치 전의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우라는 과거 이승엽이 지바 롯데에 있을 때 주전 경쟁을 벌였던 선수이기도 하다. 김태균의 몸값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일단 주전 경쟁에선 유리한 입장에 서있다. 하지만 결국엔 용병 신분이니 처음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입장을 바꿔, 한국에 오는 외국인 용병들을 생각하면 된다. 용병이 성적을 못 내면 다른 국내 선수에 비해 훨씬 가혹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이범호는 조금 더 독특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는 후쿠오카가 연고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지난해 11월 최대 3년간 5억 엔(약 62억 원)짜리 계약에 성공했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이범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긴 했지만 그 정도 몸값을 받고 일본 진출에 성공하리라고 예측했던 국내 전문가는 없었다. 역대 해외진출 선수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케이스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안이 있다. 김태균의 경우엔 지바 롯데가 이미 예전부터 점찍어놓고 사전조율을 마친 사례였다. 이범호는 그렇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현장 지도자들은 이범호 영입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일본 프로야구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원했다기보다는 프런트 고위층에서 움직여 영입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현장 지도자들은 은근히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범호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진가를 현장 지도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워낙 밝은 성격인 데다 부지런하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개막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소프트뱅크에도 이범호의 내부 경쟁자가 존재한다. 마쓰다 노부히로가 일찌감치 “3루는 내 포지션”이라고 언급하며 이범호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범호는 3루에 섰을 때 능력이 가장 잘 표출되는 선수다. 행여나 경쟁에서 밀려 1루수나 지명타자로 뛰게 된다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김태균과 이범호 모두 아직 미혼인 젊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본 내 파파라치의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과거 선동열 감독도 주니치에서 슬럼프를 겪을 때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 파파라치의 카메라 렌즈에 포착돼 곤욕을 치렀다. 심지어 젊은 여성을 고용해 주요 인물에게 접근시킨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파는 폭로성 잡지도 있다. 일본 진출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야구 외적인 면에서도 은근히 신경 쓸 게 많은 셈이다.
한준서 야구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