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에서 방출당한 후 집이 있는 애리조나 재활센터에서 몸을 만들며 재기를 꿈꿨던 류제국은 그동안 애리조나, LA다저스, 세인트루이스, 시애틀, 그리고 텍사스를 상대로 공개 트라이아웃에 참여했었다. 결국 마지막 팀이었던 텍사스로부터 낙점을 받은 그는 1년여 동안의 마음고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소속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며 1년을 보냈다. 혼자 재활 선수로 살아가며 수십 번도 더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아들 교빈이를 떠올리며 참고 또 참았다.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공개 테스트를 받은 후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서 내심 기대가 컸는데, 결국 입단 소식을 전해줬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스카우터는 공개 테스트 후 류제국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우린 네가 얼마나 잘 던지는지 보러 온 게 아니다. 이미 너에 대한 기록은 충분히 갖고 있다. 단, 건강하게 잘 던지는지를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다. 아마도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 소식을 전해 들은 아내 김혜미 씨는 집안을 뛰어다니면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김 씨는 결혼 이후 계속해서 팀 문제로 가슴앓이를 해온 남편을 지켜보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존재다. 류제국은 “아내와 아이가 없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짐 싸서 한국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수입이 없어서 여러 가지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내는 단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내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류제국은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소속팀이 있었을 땐 돈을 벌기 위해 야구를 했었다. 그러나 울타리가 없이 혼자 지내면서, 지금은 돈보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애리조나에서 절치부심하며 보낸 시간들이 앞으로 내가 야구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지난해 말, LG행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것과 관련해서도 류제국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때 내 미니홈피에다 LG를 안 간 건 돈 때문이 아니라 야구에 대한 내 꿈 때문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한국 기자분이 그 글을 이상하게 기사화하면서 잠시 시끄러웠었다. 마치 내가 팀도 없으니까 이젠 LG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듯이 묘사했었고, 이후 LG 관계자 분들의 ‘군대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 나하고 인터뷰라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단순히 미니홈피에 있는 글만 보고 기자의 생각대로 해석해서 기사화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일로 정말 많이 속상했었고, 소속팀이 없으니까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류제국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당한 후 2~3개월 방황했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정말 군대 문제부터 해결할 생각도 했었다. 의지할 사람도 없고, 누가 봐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훈련한다는 게 굉장히 서러웠다. 그동안 난 야구를 잘하는 놈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 내가 그리 잘난 선수가 아니란 걸 느꼈지만, 그래도 마지막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나서 천만다행이다. 아들한테 큰 소리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