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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8연속 준우승은 아니다. 2007년 8월 제3회 중환배 결승에서 박정상 9단을 꺾고 우승한 게 있다. 그러나 중환배는 세계대회 중에서는 마이너 기전에 속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통상 8연속 준우승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하자면 4연속 준우승, 1 마이너 기전 우승, 다시 4연속 준우승이다. 4연속이든 8연속이든, 그것도 사실은 대단한 것이지만 이 9단으로서는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기록임은 틀림없다. 이 9단도 이번에는 결승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콩지에는 지난해 무서운 도약으로 제14회 삼성화재배를 거머쥐면서 본격 세계 타이틀 홀더에 이름을 올린 후, 계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첫 대결 이후 지금까지 다섯 번을 만나 통산 전적에서 이 9단이 4승1패로 여유 있게 앞서 있지만, 문제는 콩지에의 상승세. 기세 앞에서는, 과거의 전적은 별 의미가 없는 것.
이 9단이 컨디션 조절도 중요한 변수다.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지난 연말에 국내 최대기전인 제13기 하이원배 명인전 결승5번기에서 원성진 9단을 3 대 1로 제압하며 우승, 회복세인가 했으나 올 초 제5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3번기에서는 박정환 7단에게 1승2패로 졌고, 뒤이어 열린 제2기 BC카드배 세계오픈 본선 첫 판에서 17세 연구생 소년 한태희를 만나 흑을 들고 96수 만에 돌을 거두어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다시 요즘은 제28기 KBS 바둑왕전 결승3번기에서 강동윤 9단에게 1 대 0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이세돌 9단의 휴직과 타이틀 반납으로 주인이 없어진 제53기 국수전 결승에 진출해 있는 등 승부 리듬이 진동하고 있다. 이 리듬을 2월 22일 시점에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예전 같으면 상대가 누구든, 무슨 바둑이든 그냥 두면 이길 것 같았고, 실제도 그랬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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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지에 9단(왼쪽)과 이창호 9단. | ||
그런데 바둑이 더 발전했다고 하는 요즘 이런 것들이 사라졌다. TV와 인터넷에서 생중계를 하니 그걸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현장보다 생생할 수는 없다. 현장은 사소한 말 한마디, 동작 하나가 감동이 될 수 있다. TV나 인터넷이 현장의 감동을 따라올 수는 없다.
결승을 한국기원 1층 바둑TV에서 치르는 것은, 이유가 딱 두 가지일 것이다. 방송을 쉽고 편하게 하자는 것, 그리고 돈을 아끼자는 것.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호텔에서 하면 방송장비를 동원해야 하니 번거롭고 경비도 많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게 싫다면, 본말전도다. 바둑을 얼마나 팬들에게 잘 전달하느냐, 타이틀 매치의 감동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그걸 생각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방송의 편의와 경비 절감을 먼저 생각하고, 그를 위해 바둑의 격조와 행사의 품위를 뒤로 미룬다면, 거듭 말하거니와 본말전도다.
BC카드배도 그렇고 LG배도 그렇고, 후원사들도 이상하다.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 대국에 만족한다는 것인지. 1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그 좁은 곳에서 치르는 것이 괜찮다고 보는 것인지. 그게 후원사 홍보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관심이 없거나 무사안일이거나 둘 중 하나다. 농심배 같은 대회는 다르지 않은가.
2월 22일 한 판을 두고, 하루 쉰 다음 24~25일 2, 3국을 계속 두는 일정도 이상하다. 하긴 대국 장소를 생각하면 그런 일정이 어울리는 것도 같고, 그런 장소에 그런 일정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장소에 그런 일정은 바둑에 대한 모독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예산 부족으로 그런 것이라면 후원사가 돈을 더 내도록 해야 한다. 바둑TV의 수익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바둑TV가 수익을 좀 적게 보아야 한다. 세계대회 결승을 이렇게 소박하게, 아니 초라하게 벌이는 종목이 또 있을까. 이런 마당에서라면 세계화니, 시장 개척이니, 상금제니, 입단 문호 확대니 그런 게 다 공염불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