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9단은 반년을 쉬다가 왔고, 콩지에 9단은 요즘 하도 기세등등해 과연 어떨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9단이 초반에 80집에 달하는 대마를 잡히고 말았다. 틀렸구나 싶었다. 콩지에 세상이 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인터넷 해설장의 송태곤 9단은 “흑집이 엄청나지만, 백의 중앙이 강해졌고 흑의 미생마가 있어 이 9단이 자신의 능기인 공격력을 발휘한다면 아직 모른다”면서 희망 섞인 예상을 해 주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현실로 나타났다. 이 9단은 무섭게 몰아쳤다. 콩지에는 주춤주춤 난조를 보였다. 이 9단은 잡힌 것보다 더 큰 대마를 잡고 역전승했다. 누리꾼들은 “돌아온 장고!”를 외치며 환호했다.
◇1도=흑1로 우하 백 대마가 전멸했다. 바둑은 끝난 것 같았다. 그러나 상변 흑에 대한 백2의 치중 공격부터 황야의 무법자 이세돌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2도=흑1로 수비하고 3, 5로 달아날 때 백3, 6의 준엄한 공격. 송태곤 9단이 “이런 장면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솜씨는 가히 이 9단이 당대 제일”이라고 감탄하고 있었다. 흑7이 국후 패착의 첫 걸음으로 지적되었다. 백이 A 또는 B로 끊는 맛이 남았다. 날일자는 건너붙여라! 그러나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는데…. 백8도 선수. 이 수가 그물이자 포위망이 됐다.
◇3도=이세돌은 9단은 뭐, 기다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즉각 3으로 건너붙이는 것이었다.
◇4도=흑1 이하는 어쩔 수 없는 후퇴. 흑1로 2 자리에 막으면 백은 무조건 1 자리를 끊는다. 백10까지 흑은 양분되었고 둘 중 하나는 무사하기 어렵게 되었다.
◇5도=흑1~7로 상변은 살아갔지만 백8로 중앙 흑을 쫓게 되어서는 역전 무드였다. 흑은 중앙에서 헤매다가 함몰됐다. 이세돌 9단이 최고 상승세 콩지에 9단을 꺾자 이튿날 ‘반집의 수학자’ 안조영 9단은 중국 최강 쌍두마차의 또 한 사람, 구리 9단을 반집으로 꺾어 화답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