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어제(3월 4일, 현지시간) 스캇 보라스가 애리조나를 방문했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4시간 가까이 많은 얘기들을 주고받았죠. 구단도 저도 모두 장기 계약을 원하는 부분은 일치합니다. 단 어떤 대우를 해줄지에 대해선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클리블랜드 자체가 선수한테 돈을 많이 쓰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이 쉽게 진행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틀 전,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선수를 만났습니다. 바로 (김)병현이 형이었어요. 애리조나에서 훈련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연락처를 몰라서 안타까워만 하고 있다가 아는 기자 분이 연결해줘서 통화를 했고 결국 한국 식당에서 반가운 해후를 했습니다.
병현이 형이랑 얘기를 나누면서 언론에 묘사된 형의 이미지가 어쩌면 이리도 차이가 나는지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형은 절대로 대인기피증도 아니고 성격파탄자도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아니 아주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닮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성격적으로 남한테 마음에 없는 말 못하는 스타일이고, 싫은 걸 좋다고 못하는 데다 한 번 사람에 대해 마음을 접으면 더 이상 열지 않는, 주관이 뚜렷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단, 그런 행동이 한국 사회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고 정상적인 사람을 이상하게 몰고 가는 여론이 존재했던 것 같아요. 병현 형의 고정된 이미지는 언론에서 만들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 형이랑 얘기 한 번 나눠보지 않은 기자들이 김병현은 이런 사람이라고 기사를 쓰는 현실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형도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해요. 주위에 항상 나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인생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가 존재했고, 그 계기를 야구로 승화시키려는 노력들과 함께 형의 결코 평범치 않은 도전을 보면서 절로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병현 형과 많이 친해질 것 같네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여기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제 매니저로 일했던 조성옥 감독님의 아들 찬희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는 부분입니다. 1년에 한 번 한국에 들어가는 제가 따로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맺을 정도로 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금은 야구 외적인 일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서 조금은 가벼워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제 일을 봐 줄 분이 필요해서 어렸을 때부터 야구하면서 정신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던 ‘선생님’에게 제 일을 부탁 드렸습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도 아니고 매니저를 해본 분도 아니고, 순전 야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이입니다. 돈 거래가 오가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도 아니고요. 매니저로 일하며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한 찬희가 앞으로는 조금 다른 세상에서 추신수의 매니저가 아닌 조찬희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어느새 2010년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즌 개막 전까지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정리돼서 이전보다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야구 속으로만 들어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