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는 바둑판을 흔들어 보았다가, 기다렸다가를 반복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모색했다. 그리고 중반의 막바지, 마침내 백의 약점을 찌르며 총공격에 나섰다. 정확한 수순과 강력한 화력이었다. 인터넷 해설장에서는 “이창호 9단이 언제 이렇게 무시무시한 대마 킬러로 변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백 대마가 쫓기면서 먼저 백의 좌변 보고가 크게 부서져 바둑은 역전 분위기로 돌아섰다. 창하오는 격렬히 버티며 집을 챙겼으나 결국은 망가진 좌변이 전멸하고 말았다.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 화룡점정이었다.
<1도> 우상귀 백1, 3으로 끊어 잡은 것은 현재 실리-뒷맛으로 반상 최대. 그러나 하변 흑4로 끊은 수, 이게 이창호 9단의 대반격의 신호탄이었다.
<2도> 백1로 둘 수밖에 없을 때 흑2가 아프다. 백이 흑6 자리에 잇지 못하고 3으로 후퇴하게 되어서는 일단 좌변이 망가졌다. 백7까지 대마가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3도>는 <2도>에서 30수가 더 진행된 상항. 흑1, 이게 <2도> 흑1, 3을 당한 후유증이다. 백2 다음 흑은 즉시 여기서 수를 낼 수도 있었건만, 3으로 찝어 궁도를 줄이며 대마 공격을 재개한다.
<4도> 백1, 3을 유도한 후 흑4로 건너붙인다. 거의 결정타였다. 다시 백5, 7을 기다려 흑8, 검토실이 “승부 끝!”을 외친 장면이다. 그러나 백은 돌을 거두지 않고 A쪽을 끊고 흑B 따낼 때 백C로 넘으면서 처절한 패로 버텼으나 잠시 후 흑은 D쪽으로 젖혀 버린다.
<5도>는 <4도> 이후 패싸움이 한참 진행된 상황. 백이 좌변을 돌보지 않고 1로 상변을 보강하며 집을 벌자 좌변에서 흑2가 작렬한다. 백3 따내자 흑4로 잇고 백5에는 흑6으로 자리에 되따내 천지대패. 그러나 흑에겐 꽃놀이패.
백7은 팻감이 아니었다. 흑8로 따내는 순간, 바둑은 정말 끝이었다. 그러나 창하오는 여기서도 던지지 않았다.
<6도> 백1로 우하 흑을 잡는 것이라면 바꿔치기라고 말할 수는 있었지만 상황이 다른 것. 흑2로 백의 좌변은 전멸했지만, 우하 흑은 백이 한 수를 더 들여야 잡는 것. 그래서는 어차피 지는 바둑. 백3으로 지킨 것은 처분을 기다린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흑은 4로 몰고 6으로 먹여치는 수. 흑8 때 백은 6 자리에 이을 수 없다. 실전에선 백A로 따내고 흑도 6 자리에 따내 살았는데, 무의미한 수순이었다.
이창호가 보여 준 7종7금이었다. 창하오는 <2도>나 <3도>에서부터 흥분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대마가 저렇게 심하게 몰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고 있었을 테니까.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