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개최됐던 ‘옥션 OPEN 스크린 골프대회 최강자전’에서 선수가 퍼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 G투어 론칭 준비
골프존은 올해 연말(12월) 총상금 5억 원이 걸린 스크린골프대회를 열 계획이다. 남녀 각 2억 5000만 원의 규모로 웬만한 여자프로대회와는 맞먹고, 남자프로대회의 60~70% 수준이다. 출전자격은 프로와 아마추어 구별이 없고, 중계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2011년부터는 이른바 G투어(G는 골프와 골프존의 약자)를 야심차게 론칭할 계획이다. 1년(10개월)에 총 50억 원의 상금을 건 진짜 프로투어가 생기는 것이다. 그저 게임으로 치부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그리고 좀처럼 스크린골프를 인정하지 않는 프로골퍼들도 많은 상금이 걸리자 하나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오프라인 투어에서 상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중하위랭커들은 돈 때문이라도 스크린 골프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골프존 측이 초청비를 들여서라도 상징적으로 최경주, 신지애 등 최고의 선수를 부르려고 하고 있고, 심지어 외국 유명선수와도 접촉하고 있다.
상금만 많은 것이 아니라 아예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공동 주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골프채널을 통한 생중계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투어의 상금랭킹을 기준으로 자동출전권을 부여하고, 메이저와 일반대회를 구분하는 등 각종 세부사항도 꼼꼼히 따지고 있다.
골프존은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KPGA 박세웅 등 몇몇 프로선수들과 후원계약을 했고, 아마추어 유망선수들도 지원 중이다. 또 올해는 프로선수들을 상대로 스크린골프 투어대회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벌였다.
골프존의 한수진 홍보팀장은 “G투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하나도 없다. 확실한 것은 빠르면 2011년 등 가까운 미래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스크린골프 프로투어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호인대회 이미 대박
지난 3월 17일 끝난 ‘2010 대신증권배 골프존 라이브 토너먼트(GLT)’ 3월 예선에는 무려 7500명이 출전했다. 이 대회는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마추어대회지만 ▲4년의 역사 ▲타이틀스폰서 ▲10개월간의 투어 시리즈 ▲총상금 2억원(월 2000만 원) ▲온라인 중계 ▲프로암대회 등 진짜 프로대회 못지 않은 골격을 이미 갖췄다. 흥행규모도 올해 참가인원이 지난해(6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마추어 시장에서는 스크린골프가 이미 여러 측면에서 오프라인을 따라잡았다. 도심 등 협소한 공간에도 차릴 수 있는 까닭에 이미 전국에 5000개(스크린골프 기기는 1만 5000여 개 이상)가 넘는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섰다. 이용객도 2009년 기준으로 3000만 명으로 골프장 내장객(2만 5000만 명)을 이미 추월했다.
▲ 신지애, 최경주 | ||
오는 4월 하순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리는 유러피언 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의 경우는 사전이벤트로 스크린골프대회를 열어 온·오프라인이 합쳐지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우승자는 오프라인의 프로암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처럼 아마추어 스크린골프대회에 출전선수는 물론 스폰서까지 밀려들자 연간 각종 스크린골프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따 먹는 ‘생계형 스크린 프로골퍼’까지 생겨났다. 아마추어 B 씨는 스크린골프대회에서만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상금을 챙겨 입소문을 탔다. 또 기계의 특성을 잘 활용해 오프라인에서는 80대 스코어러이지만 스크린에서는 두 자릿수 언더파를 몰아치는 전문가도 나오고 있다.
# 톱랭커 참여할까
스크린골프 프로투어의 성공가능성은 장기적으로 정상급 프로골퍼들의 출전 여부에 달렸다. 이들은 충분한 후원과 상금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골프에 대한 강한 자존심이 있다. ‘스크린 골프는 게임이지, 대자연과 겨루는 진정한 골프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미LPGA 맏언니인 정일미는 “한국에서 스크린골프가 큰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솔직히 그게 진짜 골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잘못하면 스크린골프 고수에게 지는 망신을 살 우려도 있다. 라운드당 10언더파씩을 치는 일부 ‘스크린 프로’와의 대결은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이기 때문이다. 올해 KPGA에서 상금왕 3연패에 도전하는 배상문은 스크린골프에서 황당한 아이언샷 OB를 경험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기술적 한계로 드로우, 페이드, 백스핀 등 프로들의 정교한 샷을 기계가 반영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세팅된 어려운 코스에서는 스크린 골프대회의 우승스코어는 2언더파 정도다. 그리고 우승자는 실제 필드에서도 비슷한 스코어를 낸다”라고 설명했다. 즉 정확도가 훨씬 향상된 제품으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된다면 곧 실제 골프실력을 100% 가까이 반영할 수 있는 공정성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차피 프로는 돈을 쫓기 마련이다. 즉 지난해 1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골프존 등 급성장하는 시뮬레이션골프업체가 오프라인에 맞먹는 상금과 초청비를 지불한다면 스크린골프 프로대회에 정상급 프로들을 끌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스크린골프는 1990년대 초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술적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에서 온라인 프로대회가 활성화된다면 이는 바로 세계무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