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먼저, 클리블랜드 구단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계약 기간을 놓고 이견을 나타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5년 또는 6년을, 스캇 보라스는 3년 또는 8년, 9년을 제시했습니다. 스캇 보라스가 3년 계약을 원한 건 2014년 이후 맞이할 FA 때문이었어요. 야구 인생에 처음으로 주어지는 FA 기회를 클리블랜드 구단에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단에선 FA를 포함해 5년 또는 6년 계약을 원했던 것이죠. 그래서 스캇 보라스가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5년 또는 6년은 가능하면서 왜 8년 또는 9년은 안 되느냐?”고 말이죠. 샤필로 단장은 “추는 클리블랜드가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지만 우린 선수랑 8년 이상의 계약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구단과의 연봉 계약은 냉정한 비즈니스만이 존재한다는 게 스캇 보라스의 생각입니다. 선수들에게 ‘패밀리’란 개념을 내세우며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해도 팀의 이해 관계에 따라 5년 계약한 선수가 중간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는 게 현실이란 설명도 해줬습니다. 지난해 우리 팀은 몸값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팀과 장기계약자들이 중간에 다른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거죠. 스캇 보라스는 클리블랜드와 5년 계약을 할 경우 계약 2, 3년 후에는 분명히 절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계약 문제를 진행하며 저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시애틀에서 인정받지 못한 제 실력이 클리블랜드에 와서 비로소 눈에 띄기 시작했고 단장부터 구단 관계자들, 선수들, 그리고 신임 감독까지 모두 ‘패밀리’라는 마음으로 많은 애정을 갖고 대했지만 결국 계약 문제에 직면하면 구단과 선수는 비즈니스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어요. 그래서 계약 문제는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고 올시즌 마친 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제가 20대 초반이라면 클리블랜드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러나 제 나이가 곧 서른 살이 되고요, 야구 또한 평생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또 그만큼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자신감이 있습니다.
내일 애리조나 굿이어볼파크에서 마지막 시범 경기를 마치면 곧바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원정 경기를 떠납니다. 2010년 시즌이 시작되는 거죠. 올 한 해는 분명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릴 것이고 부상도 당하지 않아야 하고요,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서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 많나요?^^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