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솔직히 저도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시범경기 때 워낙 타격감이 좋아서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고 빨리 시즌이 시작되길 기다릴 정도로 설레었어요. 그런데 너무 잘하려다 보니까 시범경기 때 안했던 실수들을 계속 저지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나쁜 공에 손이 나간다는 사실이에요. 그 원인은 조급함 때문이겠죠. 빨리빨리 안타를, 홈런을 쳐야겠다는 성급한 마음이 타격폼과 선구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시즌 전 클리블랜드 구단과 장기 계약 문제로 고민과 갈등이 많았어요. 에이전트의 제안이나 조언도 중요하지만, 결국 선택은 제 몫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죠. 제 희망사항은 시즌 전에 장기계약 문제를 깨끗이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바람이 결국엔 이뤄지지 않았고,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마음을 정리하고 올 시즌 멋진 플레이로 최고의 성적을 내보자고 했던 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팀의 붙박이 3번타자라는 위치는 매 게임마다 뭔가를 해내야 하는데 몇 게임을 이렇게 망치고 나면 솔직히 선수들한테도 미안하고 감독님, 코치님들한테까지 이상하게 고개를 들지 못하게 돼요. 팀 성적까지 승보다 패가 많은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자꾸 작년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날 것만 같고…. 휴, 제가 자꾸 생각이 많아지네요.
하지만 이제 겨우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 제가 치러야 할 게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건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지금의 이 모습이 금세 회복세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이 부분도 하나의 과정이고 매년 반복되는 상황들이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범경기 때 체중을 많이 뺀 것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 체중을 조금 더 늘릴 계획이에요. 체중을 줄이니까 몸은 가벼워졌는데 파워 면에서 약간은 문제가 되는 것 같네요.
제 일기를 담당하는 기자분을 통해서 영국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 선수가 저한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습니다. 제가 나온 다큐멘터리 방송을 챙겨봐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한다는 게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잘 알고 있는 터라 이청용 선수의 활약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요.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서로 마음속으로 잘되길 응원하면서 전 메이저리그에서, 이청용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꼭 성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너무 우울하고 괴로운 하루였어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참 멀고 길게만 느껴졌었죠. 그런 가운데 이청용 선수의 메시지를 듣고 보니 오늘 하루가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서로 파이팅 해보자고요.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기쁨으로 변할 수 있게끔 말이죠. 전 분명히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