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전 대전시장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사법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전 시장은 4일 ‘월요일 아침편지’를 통해 “구속된 몇몇 변호사가 저지른 행위는 드라마를 사실로 믿게 만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그릇된 인식이 고착화되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돈이 많아 큰 액수의 수임료를 낸 사람은 지은 죄가 축소되거나, 유죄가 무죄로 될 수 있다는 서민들의 인식이 없어지도록 사법 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관비리는 법치에 의존하는 국가의 정당성 자체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그래서 어느 교수는 신문에 ‘전관예우는 우리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반체제 사범에 해당된다’고 쓰고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면서 “법조비리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공분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근절시키는 대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문제 제기 수준에 그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염홍철 전 대전시장의 ‘월요일 아침편지’ 전문.
433번째 월요일 아침편지를 띄웁니다.
오래전,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지인으로부터 “검사는 악마, 판사는 사람, 변호사는 천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천사와 악마라는 극단적 비유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처벌하려고 하는 검사에 대한 섭섭함과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주는 변호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말로 이해했습니다. 비단, 지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궁박한 상황에 몰리거나 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호감은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지만, 요즘은 수입이 많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6급 또는 7급에 다시 응모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언젠가 저 역시 연회비를 내는 모임에 변호사를 입회시키려고 했더니 ‘회비 부담 때문에 들어오는 것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기억도 있습니다. 최근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 변호사들이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을 하면, 지역마다 좀 차이가 있겠지만 월 보수가 3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과도한 ‘전관예우’로 몇몇 유명 변호사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변호사들이 구속까지 되는 것을 보면 단순한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비리’일 것입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검찰이나 법원과 결탁하여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고 오히려 범죄자가 호의호식하는 것을 보면서, ‘이는 사실이 아니고 흥미위주로 만들어 낸 스토리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구속된 몇몇 변호사가 저지른 행위는 드라마를 사실로 믿게 만들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그릇된 인식이 고착화되는 지경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어느 변호사의 수임료는 몇 10억이 되고, 어느 변호사는 100여 채의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변호사 사회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습니다. 선배들의 이러한 행태를 보는 젊은 변호사들의 좌절감이 어떠했겠는지 짐작이 갑니다. 어느 변호사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일은 젊은 변호사들이 모두 하고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는 도장만 찍는데, 전자의 사례비가 몇 백만 원이라면 후자의 사례비는 몇 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는 불공정의 극치이고 일종의 범죄행위가 아닐런지요. 며칠 전 대전 출신이며 검찰 고위직을 지낸 모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그는 ‘전관예우가 나쁜 게 아니라 전관예우를 악용하는 일부 사례가 나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검사장 출신중에는 사무장도 못 두고 버스만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수임료를 3분의 1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는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도를 넘는 돈을 받는 것이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무리한 수사가 법조 비리와 관련성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검사는 외과 의사입니다. 수술은 최소한만 해야죠. 환부를 도려내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놓고 끝내야지요. 혹시 전이됐을지 모른다고 장기를 이것저것 다 들쑤시면 안 됩니다.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소환도 최소한으로 하고 사법 처리 범위도 넓지 않아야 하구요.
전관비리는 법치에 의존하는 국가의 정당성 자체를 흔드는 심각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래서 어느 교수는 신문에 ‘전관예우는 우리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반체제 사범에 해당된다’고 쓰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최근 대한변협 등에서는 전관을 없애자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검찰이나 법원의 차관급 직급을 대폭 줄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검사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직책을 가졌던 분들에게 일정기간 변호사 개업 제한을 두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법조비리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공분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근절시키는 대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문제 제기 수준에 그치는 것이 ‘문제’입니다. 돈이 많아 큰 액수의 수임료를 낸 사람은 지은 죄가 축소되거나, 유죄가 무죄로 될 수 있다는 서민들의 인식이 없어지도록 사법 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법조인들의 윤리의식 제고를 강하게 권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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