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거제시가 합법적인 방법을 가장한 조달방법을 통해 특정업체의 시스템에어컨만 구매하는 수법으로 수억 원의 혈세를 날린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업체와의 유착관계 여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자라나고 있다.
시는 새롭게 관공서 공공건물을 건축하면 기본적으로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쾌적한 공기순환으로 냉·난방을 해소하고, 지역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모든 행정기관의 물품구매는 조달청을 통해 물품조달을 하면서 ‘다수공급자계약2단계경쟁 평가방식’(MAS2단계경쟁)을 활용해 ‘기술 및 품질우선평가’‘가격우선평가’, ‘약자우대평가’, ‘수요기관구매목적충족’ 등 4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MAS2단계경쟁 업무처리기준 제7조 납품대상업체 선정기준에는 ‘최저가격을 제안한 자를 납품대상업체로 선정’하거나 ‘종합평가방식이나 표준평가방식을 활용하여 합산점수가 가장 높은 제안자를 선정’토록 하고 있다.
이에 거제시는 MAS2단계경쟁 표준평가방식 중에 ‘수요기관구매목적충족’(선호도방식)을 선택해 시스템에어컨을 조달하면서 수년 동안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에만 선호도 점수 5점 만점을 주고 타사에는 3점을 부여했다.
가격이 아니라 점수로 결정하는 MAS2단계경쟁 선호도방식의 특징은 수요처가 원하는 물품구매이기에 아무리 낮은 가격으로 제안해도 수요처가 삼성에어컨에 만점을 주면 다른 조달제안자인 엘지전자 및 캐리어에어컨이 낮은 입찰가를 제안해도 삼성에어컨이 납품하도록 하는 것이 선호도 방식이다.
선호도방식은 수요기관 자체 평가위원회 또는 품평회 등을 통해 수요처가 직접 평가하며, 평가결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가 있을 경우에만 평가할 수 있다.
최근 3~4년동안 거제시가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외 단 한건도 타사제품을 구매한 사실이 없는 것에 조달청 홈페이지 자료검색 및 관련부서에 이와 관련하여 문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의심될만한 부정행위가 노출됐다.
거제시 관광과 관계자에 따르면 선호도방식에 따라 평가위원회 참석위원들이 결정했다고 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문성을 가진 위원이라고만 해 평가위원회라는 자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공직자는 “평가위원회 개최는 한 적도 없고, 기술직 공무원에게 물어보기만 하고, 모든 것은 조달청에 조달 요청하는 회계과 입맛대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회계과 모직원이 거제시 모 산하기관 관계자에게 ‘LG시스템에어컨 AS가 너무 느리다’고 해 삼성에어컨을 구매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방법으로 거제시가 삼성시스템에어컨만 구매한다는 것은 업계에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거제시가 발주하는 시스템에어컨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삼성이 ‘그저 주워 먹기’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이러한 점을 알고 있는 삼성에어컨은 형식적인 제안가로 입찰에 응하는 수법으로 한 공사 당 7천여만 원에서 1억여 원 이상 물품비 및 공사비에서 부당 이익를 보았다.
시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특정업체에 몰아주기 했다는 의혹이 기정사실화 되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시가 발주하는 건축설계서상 공조시스템 설계는 설계사가 한 것이 아니라 삼성에어컨관련업체가 설계했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내역서까지도 작성한 사실이 건축설계사에 의해 확인됐다.
이를 확인코자 시가 최근에 발주한 ‘서이말 국방과학연구소’ 냉난방기 조달입찰내역서 및 설계도면상 관급자재를 분석했다.
시는 지난 5월 23일 히트펌프용 실내기 63대를 예산금액 9,500여만 원, 설치 관급자재 1억1000여만 원으로 종합평가(A)형의 제안서 평가결과 점수가 가장 높은 자를 선정한다고 공고했다.
이 공고문을 기초로 해서 삼성전자는 3천100여만 원, 엘지전자는 450여만 원에 입찰했지만 결과는 차액이 2천700여만 원을 높게 제안한 삼성에어컨으로 낙찰됐다.
또한 설계도 분석에 따른 관급자재를 분석한 결과 38.1㎜냉매관, 788m가 설계에 사용되는 흔적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첨부돼 있고, 그 외 11개 품목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부풀려져 설치비 총 7천100여만 원이 특정업체로 빠져나갈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빠져나간 혈세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8월 18일 ‘수양동복합청사’ 조달 냉난방기 구매 입찰에서 삼성전자가 1억4000여만 원, 엘지전자는 6천400만원을 제안했지만 시는 7천500여만 원을 높게 제안한 삼성전자를 선정했다.
이에 설치공사비를 포함하면 몇 억 원이 넘는 혈세가 어떤 이유인지도 모른 채 특정업체가 부당이익을 볼 수 있는 창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일부에서는 선호도방식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함정이 있어 보인다.
최저입찰가가 아니라 점수로 결정되기에 조달청에 등록된 쇼핑몰단가보다 할인만 하면 받는 점수는 만점을 받기에 낙찰을 결정하는 것은 시가 주는 선호도 점수 2점차이가 낙찰의 행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본지는 공조시스템 전문가에게 자료분석을 의뢰해 분석자료를 토대로 ‘서이말국방과학연구소’ 건축설계자에게 설치비가 부풀려진 이유에 대해 묻자 “공조시스템은 직접 설계를 하지 않았고, 김해에 있는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업체에 의뢰해 작성됐다”며 “설계도면상에 없는 자재비가 첨부된 것은 전문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업체에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거제시 회계과 관계자는 “사업부서의 요청에 의해 선호방식에 따라 물품구매를 했다”면서 “부서 재량으로 구매 평가기준을 선택할 수 있어 선호방식으로 한 것뿐이다. MAS2단계경쟁방식은 기본적으로 예산절감으로 구매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엘지에어컨은 A/S가 잘 안돼 선호도평가 방식으로 삼성에어컨을 구매했었고, 설치공사는 별도의 발주 없이 입찰에 낙찰된 업체가 한다”고 밝혔다.
거제시 회계과의 입장을 전해들은 관련업체는 “대기업 상품이 A/S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사용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삼성에어컨만 구매하는 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공정성을 유지해야하는 공무원이 근거도 없이 A/S가 안 된다는 유언비어를 남발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평가위원회에 대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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