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요신문] 신윤성 기자 = 의령군이 끝없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와 경쟁하는 대한민국 그 속의 중심, 의령군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하려는 자세와 혁신을 갈망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의령군이 변화와 반성의 바람을 일으키며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군민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차별화된 행정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 중 하나는 인사의 혁신이다. 혁신에는 뼈를 깎는 아픔과 희생이 필요하지만, 의령군에는 혁신을 위한 아픔과 희생을 감당하려는 노력이나 의지는 좀체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4급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퇴직기한이 1년여 남은 5급 실장(행정학 박사)이 인구 3만 이하의 의령군 혁신을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은 과연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는 의문부호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럴 때는 군수 핑계, 또 저럴 경우엔 떠나간 부 군수 핑계를 대면 그만이니 인사에 대한 불만에 대처하는 그의 처세는 그가 가진 타이들만큼이나 참으로 탁월해 보인다.
다소 와전된 기자의 발언을 증거 자료화하겠다며 기자 앞에서 녹음기를 틀어대며 다시 말해보라고 큰소리치는 전행정과장의 처세에서 수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한 의령군 고위공무원의 처절한 몸부림에서는 아련함을 넘어 처량함마저 느끼게 했다.
역대 4급의 자리였던 곳에 5급 실장이 배정되자 당연히 승진한 것이라고 착각한 그의 지인들이 ‘승진’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내 거는 해프닝은 정말 표현하기조차 싫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혁신은 고사하고 절반의 긍정적 반응이라도 끌어내거나 기대할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 바로 의령군의 현실이라 더욱 창피한 것이다.
임기 초부터 공공연히 선거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며 행정의 한계를 드러냈던 군수나 그러한 군수의 일탈을 막아야 할 충언보다는 자신의 영달에만 치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전) 행정과장의 다소 부족해 보이는 처세는 군민의 실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차라리 만행에 가깝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의 표현이 나올 정도이니 작금의 상황이 점입가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직 2년여의 긴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 차기 군수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자는 10여 명이 넘는다. 여기에다 내년이면 실질적 레임덕 현상이 수면위로 떠올라 구체화 될 것이라는 주장마저 대두되고 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 없이 군수가 되자마자 괜히 군수가 됐다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내 뱉은 군수의 업보라는 주장이 가장 적당해 보인다.
군민을 위한 군수는 온데간데없고, 일부 공무원만을 위한 군수가 존재할 뿐이라는 하소연은 이제 군민을 위한 군수를 다시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고 다소 가벼워 보이기는 하지만 주민소환을 거론하는 발언도 여기저기서 세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곳은 태풍의 눈처럼 당사자와 해당부서, 그리고 군수 자신뿐이다.
비록 용맹과 지략은 부족해도 덕을 갖춘 덕장 주변에는 용장, 맹장, 지장이 많이 모여든다. 하지만 의령군에는 덕장도 없고 용장, 지장은 더더욱 없다. 아니 없다는 표현보다는 명장을 알아보는 혜안을 갖춘 수장과 그 수하가 없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간혹 다소 지나쳐 보이는 맹장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밀양시, 창녕군, 함안군, 합천군 그리고 경상남도까지 정보공개를 결정했던 사안(4급 승진 요건 충족자 수 공개)을 유독, 의령군만 거부했던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아직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다.” 그것이 그들의 최후 변론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폐쇄적인 밀실인사의 의혹을 불러일으킬 이유로 충분하지만 변명치고는 아주 구차해 보였다.
인사의 혁신을 주도해야 할 의령군 행정과의 ‘자기 식구 챙기기’도 정도를 심각하게 일탈하고 있다. 10년 이상 차이 나는 입사연도에도 불구하고 동급직위, 또는 추월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직을 제외한 기술, 산림, 농업직 등의 상대적 차별과 자괴감은 그냥 외면할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61~2년생 계장과 78~9년생이 공존하는 의령군의 현실에서 저절로 한숨 쉬지 않을 공무원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에다 유배지도 아니고 오롯이 한쪽 구석에 처박거나 몰아 놓은 듯 삭막한 무풍지대를 만들어 놓은 의회사무과 직원들은 어디 하소연 할 곳도 마땅치 않은 신세가 됐다.
잘못된 인사로 인해 행정직이 기술직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부할 줄 몰라 묵묵히 일만 죽으라 하는 공무원은 많은 세월이 흘러 자신이 지켜봐왔던 신입사원이 자신과 동급이 되거나 추월하는 말 못할 아픔을 표현도 못하고 그냥 지켜봐야 하는 곳이 의령군이다.
반면 죽어라 선거에 뛰어다녔던 소위, 측근 공무원들은 능력에 상관없이 대부분 승진을 마무리 했거나 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이전 집행부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 의령군 제1의 소식통은 의령군수라는 말이 있다. 실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의 행보로 보아 웬만한 가정집의 젓가락 숟가락 숫자도 알고 있다는 소문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소문이 사실에 가까울수록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사담이라도 군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입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이 성립 될 수 있다.
사실, 기자가 당하고 보니, 북한의 5호담당제보다 감시가 더 치밀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자신도 모르는 상황이 감시를 당할 수 있으므로 웬만해서는 입을 열지 말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곳이 의령이라는 생각에 하는 넋두리다.
현재 봉급을 받지 않고 있는 군수, 아니 정확하게 설명하면 봉급은 꼬박꼬박 그의 통장에 꼽히고 있다. 단지 그 돈이 그의 뜻에 맞게 좋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봉급을 받지 않는 군수라는 표현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봉급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군수가 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의령군의회의 혈서파문보다 더 심각한 인사행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언론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취임 2년이 지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무관심하다 할 정도로 군수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이 없었다. 본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잘 운영한 군정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글이나 무관심으로는 좋은 군정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인사는 만사라했다. 다소 표현력이 부족했지만,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말을 잘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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