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상조 폐업 후폭픙이 경찰에도 번졌다. 이 업체 회원 9만여 명 중에 전·현직 경찰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폐업한 문제의 업체는 국민상조다. 국내 200여 개 상조회사 가운데 중견급 업체로 통했다. 폐업 직전까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TV와 신문 등에 광고를 해오다 지난 7월 5일 돌연 문을 닫았다. 사전 고지나 피해보상 등 대책은 없었다. 국민상조 회원 대다수는 폐업 사실을 언론 보도나 지인 등을 통해 알았다.
여기에 보상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상조 회원은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으로부터 회비의 50%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상조회사는 부도, 폐업 등을 대비해 회원들에게서 받은 회비의 5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국민상조는 회비 940억 원 중 90여억 원만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폐업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상공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는 한동안 회원들의 문의 전화와 항의가 폭주했다.
# 경찰에 번진 후폭풍
국민상조 폐업 후폭풍은 경찰에도 번졌다. 이 업체 회원 9만여 명 중 전‧현직 경찰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찰들의 화살이 국민상조뿐만 아니라 경찰청으로도 향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경찰청에 대한 불만과 항의 글이 쇄도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문제를 제기한 경찰들은 국민상조가 경찰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지적했다.
먼저, 현재 피해를 주장하는 경찰들은 대부분 지난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상조는 지난 2004년 설립됐는데, 불과 1~2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경찰 회원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국민상조의 ‘경찰 영업’은 퇴직 경찰과 퇴직 경찰 단체인 경우회, 경찰청의 ‘연결고리’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상조는 설립 1년 뒤인 지난 2005년 6월, 한 전직 총경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경우회는 지난 2005년 7월 4일 자체 발간하는 경우신문 ‘화제의 인물’ 코너에서 “장례사업에 뛰어 든 회원”이라며 앞서의 총경을 소개했고, 비슷한 기간 경우회는 국민상조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이후 경우회는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했고,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협조 공문을 띄워 국민상조의 회원 유치를 지원했다.
# 훈련 시간에 업체 홍보
일부 경찰 관계자들은 국민상조의 영업 방식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앞서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경찰의 직장훈련 또는 정례조회 시간을 이용해 홍보를 하고 가입을 권유해왔다. 대다수의 직원이 참석할 수밖에 없는 훈련 시간에 일반 업체가 영업을 했던 것.
한 경찰 관계자는 “직장훈련 시간에 포함돼 있어 나가지도 못하고 홍보‧안내를 듣고 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국민상조에 가입한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우회와의 협약을 언급하고 본청 경무과에서 작성한 협조문까지 보여주며 홍보하니 믿음이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부모님 생각이 나서 2구좌를 개설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경찰서에서는 국민상조 직원이 사무실까지 들어와 가입을 권유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강원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 사무실 출입을 제지하면 역시 본청이나 방문 경찰서 협조 공문 등을 보여주거나 경무과 직원을 대동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 경찰청, 피해 회복 절차 착수
경찰 내부에서 앞서와 같은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안팎에선 경찰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일각에선 경우에 따라 경찰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도 나오고 있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이번 사태는 경찰청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확인되지도 않은 업체가 경찰관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협조 공문을 작성하고 결재한 직원들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뒤늦게 피해회복 대책 수립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10여 년이 지나 당시 담당자가 누군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 8일 내부 통신망을 통해 한상공과 합의한 결과를 공개했다. 경찰청은 국민상조 폐업 이후 한상공이 마련한 ‘안심서비스’를 토대로 “조합과 핫라인을 운영해 보상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민상조에 가입했던 경찰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납입금의 절반을 현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국민상조에 납입금을 모두 납부한 경우에는 한상공 소속 8개 상조업체 중 한 곳을 선택해 국민상조 계약 조건 그대로 장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납입금 미납자는 장례 서비스를 받은 뒤 잔액을 일시금으로 납부하면 된다.
경찰청은 “한상공이 오는 19일부터 안내문과 피해 보상 신청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별도로 지방청‧경찰서를 통해 필요한 서류를 개별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소속 경찰서 담당자에게 제출하면 이를 취합해 조합으로 전달해 번거로움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직원들의 보상이 모두 이뤄질 때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자산은 하위권, 급여는 상위권…“예고된 폐업” “국민상조는 원가ㆍ비용절감 등 수익구조개선 등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불확실합니다.” 올해 초 공시된 ‘2015년도 상조회사 감사보고서’의 내용이다. 국민상조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한 회계법인이 업체의 존속여부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돼 있었다. 국민상조는 그동안 부금 선수금(월 회비), 행사 완료 수입금(장례 서비스 등) 수입이 줄었다.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자산 총계가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이 누적돼 누적결손금만 629억 원에 달했다. 반면 국민상조의 급여와 광고비는 매년 증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가 지난 7월 초 돌연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선 이미 폐업이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먼저, 국민상조의 부금 선수금이 꾸준히 줄었다. 감사보고서에 작성된 전체 37개 상조업체 중 6개 업체만이 부금 선수금이 감소했는데, 국민상조가 여기에 포함됐다. 지난 2015년 선수금은 948억 원으로, 2014년과 비교해 27억 원이 줄었다. 장례 서비스 등 행사완료 수입금도 줄었다. 지난 2013년에 50억 원이던 행사수입금은 45억(2014년), 46억(2015년)으로 감소했다. 국민상조의 2015년 추정 행사건수는 1177건으로, 업계 12위 수준이었다. 수입이 줄면서 자산총계도 감소했다. 지난 2013년 457억 원으로 출발해, 2015년 436억으로 줄면서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갔다. 업계 16위다. 현금자산도 2013년 154억 원에서 2015년 100억 원으로 줄었다. 업계 20위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국민상조의 당기순손실은 누적됐다. 2013년에 7억 원이던 당기순손실은 2014년에는 23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에는 51억 원으로 증가했다. 해마다 당기순손실이 쌓여서 누적된 결손금은 629억 원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국민상조의 자산은 해약 환급 의무액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해약 환급 의무액은 고객이 중도 해약을 요구할 경우, 위약금을 제외하고 내줘야 하는 돈을 말한다. 폐업 등 최악의 경우에 돌려주는 돈이다. 하지만 국민상조의 환급의무액은 감사보고서 작성 당시 702억 원이었다. 국민상조의 자산총계는 436억 원, 상조관련 자산은 329억 원이다. 해약환급 의무액을 초과하는 자산(=상조관련 자산-해약환급 의무액)은 372억 적자(추정)다. 37개 업체 중 37위였다. 재무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상조의 급여와 광고비는 계속 증가했다. 자산총계는 업계 하위권이었지만, 급여와 광고비 지출은 상위권이었다. 국민상조의 평균 매출액은 46억 원인데, 급여는 29억 원이 지출되고 있었다. 업계 7위다. 매출액 대비 급여 지급비율은 65%에 달했다. 퇴직급여는 1년 새 약 5배 증가했다. 2014년에 2억 4000만 원이었던 퇴직급여는 2015년 10억 원이 넘게 지출됐다. 현재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민상조가 열악한 재정상태에도 퇴직급여를 과도하게 지급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또한 수입 증가액 대비 광고비 지출비율도 업계 상위권이다. 국민상조의 행사수입금과 부금선수금의 증가액은 19억 원인데, 광고비는 2014년 3억 원, 2015년 9억 원을 지출했다. 업계 7위다. 수입금 대비 광고비 비율은 48.17%로 나타났다. 국민상조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신문과 TV에 광고를 실어왔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