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노 대통령 탄핵’은 큰 오류…이종걸은 계파갈등 한 축”
[일요신문]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컷오프가 진행됐다. 여기서 이변이 연출됐다. 추미애 의원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송영길 의원이 낙선한 것이다. 반면 이종걸 의원과 함께 컷오프 1순위로 점쳐지던 유일의 원외 후보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이변을 두고 정계 안팎에선 주류 진영 내 유권자들의 이른바 전략적 투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선전 자체가 의외라는 반응이 크다. <일요신문>은 더민주 당대표 후보들 간 부울경 합동 토론회가 진행됐던 10일 부산을 찾아 모처에서 김상곤 전 위원장과 마주했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김상곤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광역시 한 카페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 주자다. 원외 인사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결단했다.
“제가 우리 당의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내면서 당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서 우리 당이 현대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했고 여기서 도출된 혁신안을 토대로 당헌·당규로 만들었다. 이젠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당대표는 엄청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위해선 계파갈등을 비롯한 당의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저는 원내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계파갈등과 분열 등에 상관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당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판단으로 늦게나마 결정했다.”
-지난 5일, 컷오프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사실 당 안팎에선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우려했다. 하지만 난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역을 돌며 제가 당대표로서 어떤 그림을 그릴지 말씀드리고 최선을 다한다면 제 능력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득했고 상당 부분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공감해주셨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생기는 것을 보고 컷오프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혁신위원장으로서의 이력을 말씀하셨는데 당대표로서 보완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나.
“우리 당이 흔들렸던 이유는 계파갈등도 있지만 다른 하나는 제대로 된 리더십이 수립되지 않은 탓이 크다. 우리 당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수립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것을 통해 당원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동시에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아래로는 사회적 약자로 지역으로는 호남의 민심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리더십 얘기가 나와 묻겠다. 혁신위원장 시절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5본부장을 도입했지만 결국 당내에서 사무총장제 부활이 결정됐다.
“지난해 혁신위를 하면서 11차례에 걸쳐 안을 만들어 대부분 당헌·당규로 도출됐다. 당시에는 (총선을 앞두고 지금 보다) 당내 계파 갈등이 첨예화됐을 때였다. 사무총장을 누가할 것인지에 대해, 그 권한이 너무 비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당 내에서 문제제기가 많이 됐다. 그래서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권한배분형태인 5본부장으로 가고자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론을 모아야 하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 당내에서 권한이 집중된 사무총장 체제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저 스스로도 내년 대선을 앞둔 시기다 보니 재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일한 원외 후보다. 장단점이 뚜렷한데.
“일각에선 실제 이런 얘기를 한다. 제가 원외 인사기 때문에 다른 후보와 비교해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정치는 종합예술이다. 정치는 꼭 원내에서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여의도 정치에 식상해 하시고 비판하고 계신다. 저는 시민운동, 교육운동을 거쳐 교육감을 지냈고 정당에서 혁신운동에 나섰다. 이 모든 게 저의 종합적 역량을 길렀다고 생각한다. 다른 두 후보는 여의도 정치만을 오래했다. 어떻게 보면 낡은 정치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제가 당대표로서 대선승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호남 출신 후보다. 대선을 앞두고 호남민심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호남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이 없이도 대선 승리는 어렵다. 호남은 우리 당의 정신적 뿌리 중 하나다. 호남의 정신은 단순한 지역 정신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평화의 정신이다. 지금 호남 주민들이 우리 당을 외면하고 계신 것은 우리가 제대로 호남과 광주의 정신을 구현하지 않고 그저 기득권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이 정신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 그러면서 호남의 유능한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이를 잘 구현한다면 호남민심은 돌아온다.”
-여권에선 보수정당사 최초로 호남 출신 당대표가 나왔다.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이 대표가 선출된 것은 축하할 일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결과로 새누리당 내 계파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이다. 또한 이 대표는 줄곧 박근혜의 남자로 불려왔다. 본인도 그렇게 행동했다. 지금 여당과 청와대를 일정 정도 견제하면서 조정할 수 있는 여당 대표가 필요한데 과연 이 대표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0일 부산MBC에서 부산울산경남 토론회를 하기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곤, 추미애, 이종걸 후보. 2016.8.10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의원은 가장 강력한 당권 후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두 사람은 반대에 섰다(김상곤 전 위원장은 당시 한신대 교수로서 탄핵반대 모임에 참여했다).
“추 의원은 당시 큰 오류를 범한 셈이다. 의정활동을 오래한 분이지만 여의도 정치의 한계를 보여줬다. 물론 당시 오류에 대해 추 의원 스스로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만약 당대표로서 그러한 큰 오류를 범한다면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점은 검토되어야 한다.”
-반면 김상곤 전 위원장을 두고 친문(친 문재인)의 대리격 후보란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물론 그런 얘기가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은 친문과 비문, 주류와 비주류 등 계파로 나누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구태라 생각한다. 제 자신이 우리 당과 결합할 때마다 대표는 다른 분이었다. 제가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였을 뿐이다. 당대표로서 이번에 해야 할 역할은 공정한 대선판을 만들어 강력한 후보를 세우는 것이다. 저는 어느 누구의 소속도 아니었고 누구를 위해 행동하거나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이종걸 의원은 스스로 주류에 대항하는 세력의 대표자로서 자신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계파적 갈등의 한 축이었다. 그 잔재가 그 분에게 남아있다. 안타깝다. 이 후보는 친문에 대항하겠다고 하는데 그것 자체가 계파 구도를 인정하는 것이다. 잘못됐다고 본다. 추미애 의원은 반대로 친문 마케팅을 하시고 있다. 친문·비문 마케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대선에 나선다면 쉽지 않다.”
-앞서 말씀했듯 이번 당대표는 대선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안게 된다.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우선 국가전략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집권 전략과 국가 경영 전략을 세울 것이다. 실제 집권했을 시에 첫 1~2년의 시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대선 후보 경선에 있어서 후보자 모두의 참여 속에서 강력하고 치열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룰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경선이 끝나면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겠다. 제가 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이러한 역할은 (원외 후보인)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은.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것. 이것이 국민들이 우리에게 준 과제다. 이를 위해선 야권의 연대 및 연합이 필수다. 우선적으로 야권의 강력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과는) 1차적 공조상태지만 그 공조를 보다 강력하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야 3당이 똘똘 뭉쳐서 임해야 한다. 대선 후보 단일화와 더 나아가 통합까지 열어 놓고 연대 및 연합을 논의해야 한다.”
-사드 배치 이슈와 관련해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이 방중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여당의 비판이 거세다.
“참 잘못됐다고 본다. 한미의 전략적 동맹도 중요하지만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는 북핵 문제를 두고 공동으로 취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 방안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사드 배치라는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야당 의원들의 자발적인 대중 외교는 반가운 일 아닌가. 정부는 오히려 이번 야당 의원들의 외교를 통해 한중, 한러 관계가 더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비방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과잉 간섭이다. 달리 보면 박 대통령이 이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안 될 일이다.”
부산=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