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전경. 사진출처=국립소록도병원
같은 한센인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오 씨는 지난 1960년대에 소록도병원에서 퇴원하고 다른 지역 한센인 정착촌을 전전하다가 지난 2010년 다시 소록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에 의해 살해된 천 씨는 2015년, 최 씨는 2013년 병원에 입원한 뒤 마을에서 함께 살았다. 오 씨와 최 씨는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명은 각각 1층 단독주택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천 씨와 최 씨는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 씨와의 삼각관계로 평소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씨가 치정에 얽힌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천 씨 집에서 크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 소록도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들어온 한센인들이다. 이들 모두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국내 한센인은 2015년말 당시 기준으로 1만 1300여 명으로 소록도병원에 550여 명, 전국 200여 개 시군구에 6673명 등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현재 병을 앓고 있는 균양성자는 112명으로 소록도에서는 9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평균연령이 75세로, 200명 이상이 70~85세 사이 고령인구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센인 마을은 소록도 내 일곱 군데가 있다. 소록도병원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 530여 명이 병원과 환자 거주지 마을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소록도 내 한센인은 마을에 거주하면서 몸이 아프면 소록도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나아지면 마을로 돌아가는 식으로 생활한다. 한센병 병력이 있고 본인의 의사가 있으면 입원 절차를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200여 명의 의료인력과 관리인력이 근무하며 한해 200억 원 상당의 예산을 쓰며 한센인들을 돌보고 있다.
소록도 내부에는 병원과 그들의 생활거주지가 밀집돼 있지만 외부인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특수한 지역이다. 전남 고흥군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소록도가 관광명소로 유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센병의 특수성 때문에 소록도병원과 한센인마을 등에는 면회인이나 자원봉사자를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것.
소록도 내 안내소에서부터 외부인 통제가 시작된다. 소록도 내에는 병원본관과 6개의 병동, 노인전문병동 1곳, 복지시설 5곳, 자원봉사회관 1곳, 관사 72곳, 기숙사 3곳, 종교시설 10곳 등이 있는데 한센인들 위주로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소록도 내에 치안센터가 있어 경찰이 소록도 내 치안을 담당했었지만 지난 2월 이후 치안센터 운영이 중단됐다.
경찰 관계자는 “소록대교가 개통되기 이전에는 배를 타고만 소록도에 올 수 있었다. 그때부터 치안센터가 선착장 근처에 개설됐지만 지금은 육지화돼 배를 타고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몇 년 전부터 치안센터를 소록도병원과 읍사무소 인근의 빈 건물로 이전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센인들이 마을 인근에 치안센터가 들어오면 경찰 공권력이 개입됨으로써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자치회가 통제되고 간섭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해 반대를 했던 것으로 안다. 경찰 측에서도 차로 5분 거리인 인근 읍에 파출소가 있고 한센인 마을 내에 치안수요가 거의 없어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해 운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록대교 건너편인 읍내에 있는 녹동파출소에서 소록도를 관할하며 소록도병원까지 순찰을 돌고 있지만 병원 입구까지만 가능하다. 병원 내부나 한센인 마을까지는 아예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살인사건으로 치안 공백이 있었다는 지적이 언론 등을 통해 계속 거론되고 있어 다시 인력을 배분해 주간근무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자치회에서 이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한센인 마을은 자치회에서 통제 및 관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오 씨는 과거 자치회의 조무원을 맡아 다른 한센인들의 복지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 씨는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 문제로 원생들과 잦은 송사에 휘말렸고, 다른 원생의 지원금을 빼돌려 쓴 사실이 적발돼 조무원 업무를 그만두기도 했던 것.
자치회와 소록도병원은 오 씨의 강제 퇴원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오 씨는 퇴원 조치가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주민 간 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 씨가 퇴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강제 집행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오 씨의 퇴원은 무산됐다. 오 씨의 퇴원 무산으로 이번 살인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또한 오 씨와 피해자들 사이의 갈등도 어느 정도 마을 주민과 병원 관계자들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개인 문제로 치부돼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외로운 분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이어서 서로 각별히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이런 비극이 생겨 안타깝다. 여느 시골 마을에서도 주민간 폭력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소록도 마을도 마찬가지인데 소록도 특유의 상황 때문에 발생한 갈등으로 해석되면 안된다”며 “외부에서 개입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치안력 부재에 대해서는 자치회나 경찰,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 씨가 범행을 인정함에 따라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살인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한센인 마을 원생자치회는 사실상의 지자체 한센인 마을 내 문제를 원생자치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폐쇄적 구조 때문에 이들의 갈등은 외부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 각별히 의지해온 주민들 간에 이런 비극이 생겨 안타깝다”며 “이를 계기로 경찰과 군청이 마을 치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 관계자는 “한센인 마을은 자치회에서 통제 및 관리를 하기 때문에 경찰의 인력 재배치 계획을 자치회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소록도에서 장기간 자원봉사를 해본 이들 역시 “소록도에서 자치회의 힘은 막강한 편”이라며 “자치회가 사실상 지자체를 대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센인들은 원생 자치회를 조직해 스스로 마을을 관리하고 병원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들을 환자라고 부르기가 그러니까 순화된 표현으로 병원생이라고 해 원생자치회를 만든 것”이라며 “지급받는 생활용품과 부식 등을 받아 7개의 한센인 마을로 지급하는 업무에서부터 공무원들이 관리하지 못하는 나머지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7개의 한센인 마을에도 이장 직책의 자치회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록도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가짜 병력 서류를 만든 이들과 이를 방조한 자치회 임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적도 있다. 한센병을 앓은 적 없는 이들이 1인당 100만~150만 원을 자치회 임원에게 주고 입원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 이들이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3년 7월 사이 입원해 치료와 식비 명목으로 받은 국가지원금은 2억 3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입원 서류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검증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진료를 위한 목적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