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모교에 함께 모인 장혜진 선수(사진 맨 오른쪽), 류수정 감독(사진 맨 왼쪽), 신일희 총장(사진 오른쪽에서 5번째)과 양궁부 재학생. 사진=계명대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바람불면 짧고 과감하게 쏘는 혜진이에게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해낼거라 믿고 있었다. 너무 대견하고 기특하다”
대학시절 장혜진 선수를 지도한 류수정 계명대 양궁부 감독의 말이다.
양궁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던 류 감독은 12일 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장혜진 선수에게 바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4년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까지 포함해 이번 한꺼번에 2개를 땄구나! 정말 축하한다”며 인사를 전했다.
장혜진 선수는 “모두 감독님의 지도와 가르침 덕분”이라며 공을 류 감독에게 돌렸다.
2010년 계명대를 졸업한 장 선수는 4년 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하면서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해 대표팀 주장을 맡아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8연패라는 대기록을 이루고, 개인전 금메달까지 차지해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 2관왕에 오른 주인공이 됐다.
1987년생인 장 선수는 대구 대남초와 경화여중, 대구체고를 졸업하고 2006년 계명대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장 선수는 계명대 진학과 함께 크게 성장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7년 전국체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서 이후 국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국가대표로 발탁 돼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양궁연맹 월드컵 금메달 등 각종 세계대회 단체전에서 팀 우승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류 감독은 장 선수의 장점으로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짧고 임팩트 있는 자세를 꼽았다. 장 선수의 이런 배짱 덕분에 단체전에서 1번 궁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브라질로 떠나기 전 장 선수는 류 감독에게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믿어주시는 데로 잘하고 오겠습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류 감독이 말하는 장혜진은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이다. 무한 긍정의 정신자세, 자기관리에 철저한 생활, 눈치 백단의 센스, 놀줄 알고 즐길줄 아는 분위기 메이커, 동료와 선후배를 생각하는 배려심, 경기에 임하면 활만 생각하는 단순함과 과감함까지 갖췄다고 한다.
장혜진 선수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류수정 감독과 양궁부 재학생들. 사진=계명대 제공
장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접한 계명대 양궁부에는 아침부터 축하 물결이 줄을 이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장 선수에게 브라질 현지로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으며, SNS에는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일반 시민까지 축하 글이 이어졌다.
총동창회, 총학생회, 체육대학 동문회는 축하 현수막을 학교와 대구 시내 곳곳에 거는가 하면, 장 선수가 귀국하면 별도의 축하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류 감독은 장 선수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설레임과 감격으로 집에 있을 수 없어 이른시간 바로 학교 양궁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장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워온 곳이다.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대운동장 동편 양궁 연습장에는 푹염에도 불구하고 미래 우리나라 양궁을 책임질 예비 양궁스타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계명대 양궁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류수정 감독. 사진=계명대 제공
국가대표 상비군인 박성철 군(체육학전공 2년)은 “장혜진 선배의 금메달 획득은 우리 양궁부의 기쁨이자 자랑이다. 롤모델인 선배를 따라 전통을 이어가고, 더욱 훌륭한 선수가 돼 학교와 국가를 빛내겠다”고 다짐했다.
계명대 양궁실력은 이미 국내 대학 최정상이다. 남학생 4명, 여학생 4명으로 구성된 양궁부는 지난 5월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50회 전국 남녀양궁종별선수권대회 남녀 대학부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따냈다. 남자부에서는 1위에서 3위까지 싹쓸이 했을 정도다.
류 감독의 양궁 지도의 기본은 ‘인간성 교육’이다. 먼저 인간이 돼야 제대로 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궁부는 학교 안에서도 인사성 밝고 성실하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좋다고 정평이 나있다.
류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건 간단하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해라 ” 그리고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쏴라” 류 감독은 선수마다 목표치를 정해준다.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낮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목표한 바를 완성할 때 까지 활 시위를 당겨야 한다.
류 감독은 “계명대 양궁부 선수들은 남·여 선수 모두 골고루 최정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제2·3의 장혜진 선수가 나올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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