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한국 말벌의 모든 것을 다룬 연구서가 최초로 출판됐다.
국립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정계준 교수는 『한국의 말벌』(경상대학교출판부, 306쪽, 1만 9000원), ‘생태 사진으로 보는 말벌의 세계’를 출판했다. <사진>
책은 350컷에 달하는 생생한 말벌 사진에서부터 한국의 말벌 30종의 분류와 생태, 말벌 사고의 예방법까지 한국의 말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정계준 교수는 “말벌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또 말벌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말벌의 습성과 생태를 바로 아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동안의 연구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말벌』은 학술서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으로 스토리를 구성한 ‘제1부 생태 사진으로 보는 말벌의 세계’와 학술적인 내용이지만 자세한 용어 설명 등으로 읽기 쉽게 서술한 ‘제2부 한국산 말벌의 분류와 생태’, 누구나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해설식과 문답식으로 구성한 ‘제3부 말벌 사고의 예방과 조치 및 치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태사진으로 보는 말벌의 세계’에서는 정계준 교수가 전국 각지에서 30여 년간 촬영한 350컷에 달하는 사진으로 말벌의 성장과 변천 과정, 다양한 생태와 집짓기, 성숙한 벌집 등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사진 중에는 말벌의 싸움 장면, 벌집 습격 장면, 짝짓기 장면 등 흔히 볼 수 없는 장면과 검정말벌, 구암중땅벌 등 희귀한 사진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산 말벌의 분류와 생태’에서는 말벌아과 19종, 쌍살벌아과 11종 등 모두 30종으로 말벌을 분류하고, 한국 말벌의 크기와 특징, 먹이 활동, 생활, 짝짓기, 산란, 월동, 집짓기 습성 등을 종류별로 살펴본다. 또한 각종 그림과 도표, 그래프 등을 통해 말벌의 특징과 생김새, 서식지, 집 짓는 장소 등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사회생활을 하는 말벌의 독특한 생존 방식과 말벌의 천적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말벌 사고의 예방과 조치 및 치료’에서는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말벌의 생태와 말벌 사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항목별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말벌 사고가 왜 8, 9월에 집중되는지, 벌에 쏘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벌집은 모두 제거해야 하는지, 세계에서 제일 무서운 장수말벌은 우리나라에만 사는지, 왜 벌들이 주택에 집을 짓는지, 분사식 살충제가 말벌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벌이 화장품과 향수 냄새에 민감한지, 벌침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지, 벌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 등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장수말벌과 말벌의 치열한 전투 장면, 대량 학살에 가까운 장수말벌의 꿀벌 공격, 장수말벌에 전멸되는 양봉꿀벌과는 달리 의연히 대처하는 재래꿀벌 등의 이야기는 인간 사회와 너무나 흡사한 면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계준 교수는 현재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곤충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왓슨 분자생물학』, 『필수 유전학』, 『생명과학: 지구의 생명』, 『조경수로 좋은 우리자생수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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