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2013년 9월 일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뒤 석박사통합과정을 거쳐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홍고 타미오(本鄕民男ㆍ70) 씨이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도호쿠ㆍ홋카이도 하이가쿠 연구’(지도교수 권해주)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25일 졸업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하이가쿠는 일본의 전통적인 17자 정형시인 하이쿠를 적어넣은 액자이다.
1946년 일본 도쿄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홍고 타미오 박사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전기회사에 취직한 다음 야간대학에 진학하여 주경야독으로 학업에 정진해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도쿄에 있는 공학원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하여 특허청 공무원이 됐다.
이후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역사동호회에 참가하여 실크로드와 관련한 다양한 서적을 윤독하였고 ‘인도미술연구회’, ‘密敎圖上學會’, ‘역사학연구회 일본고대사부회’, ‘고고학연구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역사 공부를 하면서 어릴 적 꿈을 실현한다는 생각에 큰 기쁨을 느꼈다.”고 말한다.
1995년에 특허청을 퇴직하고서는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불교사원의 발굴조사에 참가하기도 하고 1998년에는 경주 남산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2006년에는 급기야 경주로 이주하여 경주 남산의 불교미술을 조사, 발굴하면서 하이쿠(일본의 전통적인 17자 정형시)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神佛에 하이가쿠(하이쿠를 적어넣은 액자)를 봉납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경상대 대학원 일본학과 석사과정에 2013년 9월에 입학하였다. 경주에 있는 한국하이쿠연구원 곽대기 원장이 경상대를 추천한 것이다. 이후 2014년 9월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진입하여 목표한 박사학위에 바짝 다가갔다.
이후 홍고 타미오 박사는 3년 동안 매월 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하거나 학회에서 발표를 해야 했다. 그 3년에 대하여 홍고 타미오 박사는 “정말 교도소에서 징역을 한 기분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저서 1권을 냈고, 논문 23편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경주 남산 불교문화에 대한 사전(事典) 분담 집필, 하이쿠 시작 활동, 문화재 관련 에세이 투고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경주 남산을 일본에 수없이 소개하는 에세이를 썼으며 중국 학술서와 학술논문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을 열심히 해왔다.
그 덕분에 각종 하이쿠 대회에서 특선 이상의 상을 4회 수상했고 특히 경상대가 대학원생을 위해 해마다 2회 마련하는 젊은 개척연구자의 날에 젊은개척자상을 4회나 수상했다. 졸업평점도 4.31이다.
대학의 사학과를 나와 역사가가 되려는 꿈을 간직했던 청년 홍고 타미오 씨는 70살에 이르러 국립 경상대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주에서 불교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선비로 바뀌었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경상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장학혜택으로 등록금을 납부한 적이 없다.”면서 “그동안 지도해주신 권해주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가족이 없이 홀로 경주에서 살고 있는데, ‘마음의 고향 경주에 사는 선비’라면 모든 게 충분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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