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성주골프장이 사드배치 제3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자 김천시민들이 ‘사드 폭탄돌리기’라며 총 궐기를 예고하고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도 위치만 성주지 피해는 우리가 다 떠안는다며, 김관용 경북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김천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면 성주의 첫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旣視感) 마저 든다.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성주를 누르니 김천의 반발이 더 거셀 조짐이다. 제3후보지를 두고 두 지역 간 갈등도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 ‘사드대응단’의 처신이 새삼 도마위에 올랐다.
성주군민과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던 사드대응단이 제3후보지 이전을 공론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사드유치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드대응단이 ‘사드유치단’으로 된 데는 그 간 김 지사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제 3후보지 이전도 김 지사와 청와대 고위급과의 사전 밀담에서 나온 카드로 보고있다.
결과를 두고 지난 7월 25일 단독 보도된 모 언론기사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관측이 억측 만은 아니다.
당시 기사는 “김 지사가 앞서 20일 비밀리에 서울로 상경,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제 3후보지로 염속산과 까치산 등 2~3가지 방안에 대해 은밀히 논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2~3가지 방안에 성주골프장이 포함된다면, 현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진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란 얘기다.
이를 두고 사드대응단장은 ‘전혀 모르는 일’, ‘오보’라 일축했지만, 김 지사가 최근 제3후보지를 공론화 하면서 의혹은 현실이 됐다.
3선 도지사로 누구보다 경북을 잘 아는 김 지사가 (제 3후보지) 군불을 땐거란 말도 성주와 김천시민들 사이에선 심심치 않게 들리는 얘기다.
“사드 배치는 국가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다.” 사드배치에 대한 김 지사의 이같은 입장도 사드유치단으로 불리는데 한 몫 했다.
사드 찬성론자인 김 지사가 수장인 사드대응단이 성주,김천시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는 것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말과 진배 없기 때문이다. 친박 원로그룹으로 분류되는 김 지사가 사드배치에 강경했던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박심(朴心)을 살피느라, 민심(民心)은 못 보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아직도 촛불을 밝히고 있는 성주군민들은 성주사드투쟁위와 성주군이 입장을 급선회한 것을 두고 ‘여론몰이’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 지사가 군불을 때니, 보수단체가 맞장구를 치고, 일부 보수언론이 여론를 몰아가는 관 주도의 치밀한 전략이란 것이다.
국방부가 제3부지를 실사하고 일부 보수 언론이 성주군민들의 반대가 잦아든 것 처럼 보도한다고 해서 김지사가 성주 민심이 사드배치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주 민심을 바닥부터 살피지 못한 오판이다.
사드배치 불똥이 김천으로 튀자 4만5000 성주군민 보다 세배 이상 더 많은 15만 김천시민들이 총 궐기를 예고하고 있고, 성주와 연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원칙도 절차도 없고, 사드 유해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도, 그 간 성주 사드투쟁위가 줄 곧 요구해 온 사드배치 평가표와 시뮬레이션도 끝내 밝히지 않는다면,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를 배치 할 수 없다는게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천 사드반대 투쟁위가 “김천시민의 거센 반발에도 부딪히면 제4, 제5후보지가 또 나와야 하느냐”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와 사드에 대한 불신(不信 )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저항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더민주당이 사드배치 반대를 공식화 하면서 야3당 모두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이제 사드배치 문제는 성주와 김천, 경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 모두의 문제로 정치 쟁점화 됐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러시아 정상에게 북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레 사드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란 ‘조건부사드 배치론’도 제시했다.
더 크게 보면, 사드배치가 전제된 김 지사의 제3후보지 카드는 국제적으로도 한·미·일, 북·중·러의 복잡한 이해 관계와 가변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처신으로 보인다.
김 지사가 정부·여당 입장을 대변해 도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게 아니라, 300만 경북도민의 단체장으로서 민심을 대변하는 길이 사드유치단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다.
김 지사는 최근 사드배치를 두고 “나라도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할 판”이라고 했다. 김 지사의 십자가 길이 긴 고행(苦行)의 길이 될지언정, 진정 민의(民意)를 대변하는 길이 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300만 경북도민을 위한 단체장으로서의 길일 것이다.
cuesign@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