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에 주고받는 사탕 역시 마찬가지. 사탕의 주성분인 설탕은 영양은 없으면서 열량만 낸다. 또한 설탕이 소화되어 체외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몸속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써버리고, 당뇨병이나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을 만드는가 하면 정서불안, 우울증 등도 부르게 된다.
약간 기분이 저하되거나 우울하고 불안할 때 아니면 짜증이 날 때 초콜릿을 먹으면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아진다. 왜 그럴까. 초콜릿은 카카오 열매로 만드는데, 카카오열매에 카페인이 조금 들어 있어서 중추신경을 자극, 침체되어 있는 기분을 밝게 해주고 일시적이나마 쌓인 피로를 잊게 해주는 것이다.
카카오 열매에는 또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화학물질도 들어 있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랑에 빠졌을 때 대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감미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식품 중에서 초콜릿만큼 페닐에틸아민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초콜릿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부른다.
또한 초콜릿에는 신경자극 물질인 테오브로민이 있어서 대뇌피질을 자극, 사고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생리 전에 마그네슘이 부족해져서 짜증이 나고 예민해질 때 초콜릿이 이를 완화시켜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콜릿의 효능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 중에는 심장병·암을 예방한다는 내용까지 있다. 카카오 열매에 폴리페놀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폴리페놀은 와인이나 녹차 등에도 많은 강력한 천연 항산화제다.
하버드의대의 노먼 홀렌버그 교수는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는 코코아 음료를 마시는 파나마 큐나 인디언들의 심장마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파나마 일반 국민들보다 각각 10% 20%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초콜릿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되는 것에 우려는 표하는 입장이 많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의 양이 적은 편이고, 그렇다고 폴리페놀을 섭취하기 위해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지방, 당분까지 많이 섭취하게 돼서 오히려 비만, 고혈압, 심장병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역류성 식도염, 불안장애, 편두통 등이 있는 사람이라면 초콜릿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고지혈증이나 지방간이 있어도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등이 들어 있는 초콜릿이라면 해가 되고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설탕 같은 단순 당을 넣어 만든 초콜릿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 있는데도 혈당 조절을 잘 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고생한다. 다만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저혈당증을 보일 때는 초콜릿, 사탕 등을 먹으면 당분을 빨리 공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요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괴로운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좋지 않다. 지방, 당분 때문에 열량이 높은 초콜릿을 먹으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고, 가려움증도 심해진다고 한다. 설탕 자체가 피부 점막의 기능도 떨어뜨린다.
초콜릿 제품에 표시하는 카카오 함량은 코코아 매스와 코코아 버터, 코코아 파우더 3가지를 합한 것이다. 카카오 열매를 쪼개면 카카오 콩이 들어있는데, 이 카카오 콩을 볶아 분쇄한 다음 겉껍질을 걸러낸 반죽이 코코아 매스다. 코코아 매스를 프레스로 압착했을 때 뜨는 지방성분이 코코아 버터, 기름기를 짜낸 코코아 매스를 말려서 분말로 만든 것이 코코아 파우더다.
카카오의 함량은 50% 이상 되는 것이 낫다. 이때 카카오의 함량이 높은 초콜릿이라 하더라도 코코아 매스와 코코아 파우더의 함량이 높고 지방이 많은 코코아 버터의 함량은 낮아야 좋은 초콜릿이다. 또 카카오의 함량이 높으면 쓴맛이 강해지고,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는 게 좋다.
▲ ※제품 포장지에 표시된 열량을 조사한 것. 같은 밀크초콜릿 또는 초코바라 해도 제품에 따라 열량이 조금씩 다르다. 카카오의 경우에도 제품에 따라 카카오의 함량은 같아도 열량이 다르다. | ||
몸에 좋은 웰빙 초콜릿을 고르려면 아무래도 지방, 당분은 물론 색소, 방부제, 유화제, 산도조절제 등의 성분이 적게 들어간 것일수록 좋다. 예쁘게 만들기 위해 색을 낸 것이라면 인공 색소보다는 천연 색소를 이용한 것이 낫다.
한때 ‘다크 초콜릿 다이어트’가 유행할 정도로 다크 초콜릿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많이 팔린다. 하지만 다크 초콜릿의 열량 역시 밀크 초콜릿보다 결코 낮지 않다는 사실! 설탕, 우유를 적게 넣은 만큼 밀크 초콜릿보다 열량이 낮을 것 같지만 코코아 버터, 코코아 매스 자체의 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밥 1공기의 열량은 300㎉. 35g의 다크 초콜릿에는 밥 반 공기와 비슷한 열량이 들어 있다. 특히 국산 다크 초콜릿은 몸에 좋은 코코아 매스의 비율이 낮고 코코아 버터의 함량이 더 높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도 최근 그동안 다크 초콜릿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았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라 해도 만드는 과정에서 폴리페놀이 대부분 제거된다”며 “다크 초콜릿을 먹은 양만큼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내용을 게재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초콜릿이든 열량, 당분을 고려해 적당히 먹는 것이 좋고, 폴리페놀의 항산화효과를 기대할 목적이라면 채소나 과일을 자주 먹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사탕을 먹을 때 걱정하는 것이 충치 문제다. 하지만 충치보다 더 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달콤한 사탕을 만드는 주성분은 영양은 거의 없으면서 열량만 높은 설탕, 정제물엿 같은 단순 당. 여기에 유화제나 경화제, 맛을 내는 산미료, 조미료, 향을 내는 향료, 색을 내는 색소를 첨가해서 알록달록한 사탕이 만들어진다.
알고 있는 것처럼 설탕 같은 단순 당질은 체내에서 바로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단순 당질의 대사를 위해 췌장이 인슐린 분비를 하느라 무리하게 되면 당뇨에 걸릴 위험이 크다. 당질이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변해 차곡차곡 쌓이면 살이 찌고 지방간,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도 잘 생긴다. 설탕이 소화되어 체외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몸속의 비타민과 미네랄도 소모해 버린다. 미량 영양소인 비타민, 미네랄이 부족해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칼슘 흡수를 방해해서 뼈를 약하게 만들고 면역력까지 떨어뜨린다. 설탕을 좋아하는 사람의 혈액을 조사해 보면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비율이 떨어져 있다. 실제로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등의 단순 당 식품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잔병치레를 한다. 지나친 당분 섭취로 고인슐린 상태가 되면 암세포 성장이 촉진된다는 보고도 있다.
몸뿐만이 아니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마음도 잔병치레를 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탕이나 초콜릿 등의 단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당분을 섭취해서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돼 저혈당이 되고,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불안해지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의 설명이다.
저혈당이 되면 뇌기능이 떨어져서 업무 집중력, 학업능률도 낮아진다. 더욱이 공격적인 성향을 조성하는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돼 산만해지고 과격해진다고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