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머리가 70가닥 정도 빠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100가닥 이상 빠질 땐 남성형 탈모를 의심해봐야 한다. | ||
탈모는 이제 더 이상 나이 든 남성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여성 탈모가 크게 늘고 있고 20~30대 젊은 층의 탈모도 많아지는 추세다. 남성 탈모와 여성 탈모에 대해, 그리고 탈모 걱정을 덜어주는 모발 건강수칙에 대해서 알아봤다.
남성 탈모와 여성 탈모는 주된 원인부터 다르다. 남성 탈모는 △유전 △남성호르몬 △노화라는 3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이외에 혈액순환 장애, 심한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과다한 피지 분비로 생기는 지루성 피부염의 초기 증상인 비듬 등이 원인이 된다.
이에 비해 여성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호르몬 분비 이상-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기능을 억제해야 하는데, 체내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안드로겐이 과다해지면 탈모증세가 나타난다.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심한 다이어트와 함께 여성 탈모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전 모양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형탈모증이 바로 과도한 스트레스이다. 원형탈모는 학생이나 전문직 직장인들에게 많다. △유전적인 요인 △약물 복용-피임약, 항우울제, 항생제 등을 오랜 기간 복용하거나 빈혈, 천식, 관절염 등이 있으면 탈모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과도한 헤어 제품 사용-보통 남성들보다 여성의 머리숱이 많지만 모발의 두께가 가늘고, 머리를 기르는 경우가 많아 모발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각종 헤어 제품을 자주 쓰거나 파마, 염색, 드라이 등을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손상돼 탈모를 부추긴다. 이미 탈모 증상이 있는 여성이라면 모발이 가늘어진 상태로, 파마나 드라이 등의 자극으로 모발이 쉽게 손상돼 탈모와 모발의 손상이 동시에 진행된다. △출산-보통 아이를 낳고 난 뒤 2~5개월 후에 탈모가 시작되는데 앞머리 3분의 1 부분에서 주로 빠진다. 원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산후 영양이 나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6개월 이상 오래 갈 수 있다. △갱년기, 빈혈 등의 원인이 그것이다.
한 가지, 왜 남성들만 대머리로 고민할까. 여성은 탈모를 유발시키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만큼 남성들처럼 완전한 대머리가 되지는 않는다. 단지 머리카락이 다량으로 빠져 머리숱이 적어질 뿐이다.
이유득 피부과 전문의는 “남성형 대머리는 굵은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연모화가 진행되고, 결국 이 연모마저 빠지면서 생기는데 여성들은 머리카락이 연모화 상태에서 진행을 멈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은 젊을 때부터 탈모가 진행되지만 여성은 중년 무렵에 심해진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또한 남성들은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많은 양이 빠지지만, 여성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빠진다.
탈모의 형태도 다르다. 남성들은 뒷머리보다 앞머리의 탈모가 흔하다. 경북대 김정철 교수팀은 그 이유를 “남성들의 뒷머리보다 앞머리의 머리카락에서 남성호르몬에 의해 DKK-1이 더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처럼 앞머리는 빠지지 않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숱이 줄어드는 경우가 흔하다.
30대 전에 대머리가 된 남성은 심장병에 걸리기 쉽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 대머리가 나타나는데, 테스토스테론이 활발히 활동하면 심장질환은 물론 동맥경화, 혈전증에 걸릴 확률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제노바대학의 알프레드 레보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앞부분이 대머리인 경우 대머리가 아닌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9% 높다. 또 머리 윗부분이 가벼운 대머리인 경우는 23%, 머리 윗부분에 머리카락이 거의 없는 경우는 36%나 심장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가 심해서 병원 치료를 결심하게 되면 여성 탈모의 경우, 바르는 약(미녹시딜)과 두피관리를 주로 한다. 남성들도 심하지 않다면 먹고 바르는 약을 쓰면서 두피관리를 병행한다. 하지만 대머리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모발이식술 등의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대머리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은 ‘미녹시딜(성분명)’과 ‘피나스테라이드(성분명)’. 탈모 부위에 바르는 미녹시딜은 모낭의 성장주기를 연장시키는 약으로, 6~12개월 정도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복용하는 약이다. 탈모의 유전적인 요인을 갖고 있는 모낭을 위축, 파괴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복용을 중지하면 2~3개월 안에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단점으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이때, 임산부의 경우 태아가 남아라면 외부 성기가 생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 절대로 복용하면 안 된다.
탈모 부위에 부신피질 호르몬제, 면역물질을 직접 주사하거나 모발의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분을 두피에 주사하는 방법도 있다.
모발이식술은 예전보다 이식된 모발이 살아남는 확률이 70~80%로 높아졌다. 옆머리나 뒷머리에서 모발을 채취해서 앞이마 부위나 정수리 등의 머리카락이 적은 부위에 심어준다.
건강한 머리카락을 유지하는 탈모 개선·예방수칙 5가지는 다음과 같다. 탈모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부터 탈모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신경을 쓰는 만큼 탈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하나, 올바른 샴푸요령을 지킨다. 1~2일마다 샴푸를 하되, 샴푸를 할 때는 체온보다 조금 높은 38°C 정도의 물이 좋다. 젤이나 무스 등의 헤어 제품을 바르는 사람이라면 아침보다는 밤에 자기 전에 머리를 감도록 한다.
만약 비누를 사용해서 머리를 감았다면 산성인 린스나 식초를 조금 푼 물로 충분히 헹구어 세제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리트먼트 제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사용하면 적당하다.
둘, 머리를 말릴 때의 요령도 중요하다. 흔히 젖은 모발을 수건으로 털어서 말리는데, 이렇게 하면 모발이 손상된다. 마른 수건으로 눌러가면서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고,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때는 15~20cm 정도 떨어져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머리카락이 덜 말랐을 때는 모자를 쓰면 탈모를 부추긴다. 특히 꼭 끼는 모자는 삼가야 한다. 젖은 머리를 묶는 것도 피한다. 세균이 번식해서 비듬이 생기기 쉽다.
셋, 두피마사지로 두피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손가락 끝 지문 부위를 이용해 두피를 두드리듯이 마사지하는 것도 좋고, 천연 모로 된 브러시로 머리를 자주 빗어준다. 이때 앞에서 뒤로 빗는 게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 머리칼을 앞으로 쏟아지게 한 다음 목 뒷부분에서 정수리를 향해 빗어야 한다.
넷, 전신의 건강 상태가 좋아야 머리카락도 건강하다. 영양의 균형이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특히 탈모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모발 성장에 필수적인 시스테인 성분이 들어 있는 검정콩을 비롯한 콩류, 다시마·미역 등의 해조류와 채소 등이 있다. 철분도 부족하면 안 된다. 철분 섭취가 부족하면 대머리가 되기 쉽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있다.
반면 평소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을 좋아한다면 줄이는 것이 좋다. 이런 음식은 두피의 피지량을 증가시키고 혈액순환 장애를 불러오기 쉽다. 커피처럼 카페인이 있는 음료나 식품은 이뇨작용으로 두피의 수분을 빼앗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독일 예나대학에서는 카페인이 오히려 DHT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한 커피의 양은 무려 하루에 60잔. 그래서 두피에 바를 수 있는 용도의 카페인 용액이 개발돼 있다.
지나친 스트레스도 모발의 건강을 위협한다.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도록 한다.
애연가라면 전신의 건강을 위해, 모발건강을 위해 흡연을 삼가야 한다. 이유득 전문의는 “모근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피부의 말초혈관”이라며 “담배 연기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니코틴 성분 때문에 말초혈관이 수축, 혈액순환이 나빠지면 모근에서 건강한 모발을 만들 수가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다섯, 두피와 모발의 이상을 바로바로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루성 습진이나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머리가 가렵고 염증이 있을 때는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다. 또 특별한 이유 없이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지속적으로 빠지는 느낌이 들 때도 모발의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피부과전문의 이유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