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개국에서 54명의 선수가 모인 만큼 사연도 많은데 그중 푸른 눈의 진지한 자세가 눈길을 끄는 캐롤 도일 선수를 만나봤다. 아일랜드 태생으로 현재 오슬로에 거주하고 있다는 캐롤은 현재 PR상담가로 일하고 있으며 기력은 8급이지만, 당당히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한국을 찾았다.
아일랜드 대표로 한국을 찾은 캐롤 도일.
“2007년에 시작했다. 아마 아시아 영화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바둑을 처음 봤다. 보는 순간 흥미가 생겼고 바둑을 배우기 위해 수소문하다가 더블린에 바둑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1년간 바둑을 배웠고 급수도 8급까지 올랐는데 그후 바빠서 멀리하다가 2014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국은 첫 방문인가?
“처음이다. 다른 선수들은 이 대회에 자주 참가했다고 하는데 아일랜드는 멀어서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항공료 등도 부담된다. 마침 이번 대회는 보이프렌드도 노르웨이 대표여서 큰 마음 먹고 같이 참가했다. 한국은 대단해서 매우 흥분된다. 사람들이 활기찬 느낌을 받았고 이번 대회 분위기도 정말 좋다. 유럽바둑 콩그레스에도 자주 참가하지만 여기는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나는 한국의 이 대회 방식도 무척 마음에 든다.”
―아일랜드의 바둑 현황을 듣고 싶다.
“아일랜드에 바둑 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내가 아는 멤버는 현재 40명 정도다. 유단자도 몇 명 있지만 나처럼 급들이 대부분이다. 더블린에 바둑클럽이 있는데 오후에 거기 모여서 바둑을 둔다.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간다. 요즘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거주 중인데 거기도 바둑클럽이 있어서 자주 나가고 있다. 아일랜드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바둑이 인기가 많다. 아주 어릴 때 배워서 벌써 2∼3단 정도 되는 친구들도 있다. 사람들이 바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아일랜드 대표가 되었나?
“선발전이 있는데 한꺼번에 치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치른다. 때문에 실력도 중요하지만 선발전에 자주 나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내가 유리했다(웃음). 유럽에서 바둑은 꼭 실력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서 나에게도 이 대회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본인의 바둑 스타일은 어떤가?
“바둑은 마치 대화 같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갖고는 안 되고 공격적일 필요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레벨이 높은 기사들은 단순하면서도 강한 공격으로 승리하는데 나도 나중에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프로기사가 있는가?
“이하진 4단을 잘 안다. 유럽에도 자주 왔었다. 또 이세돌 9단이 대단히 강한 프로페셔널 기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