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관절염이 발병하면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열심히 실천하더라도 저절로 낫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관절염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어 꾸준한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 중의 하나다. 이런 관절염의 조기 발견을 도와주는 새로운 검사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지금까지 알려진 관절염의 종류만 해도 무려 100가지가 넘는다. 크게는 관절의 염증 유무에 따라 염증성 관절염과 비염증성 관절염으로 나눈다. 관절에 염증이 생겨 붓고 열이 나는 염증성 관절염으로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통풍 등이 대표적이고, 비염증성으로는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이 가장 많다.
비염증성은 관절을 많이 사용하거나 다친곳이 완전히 아물지 못한 경우에 잘 생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생기기 쉽고, 운동선수처럼 자주 다치거나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에도 잘 생긴다. 이와 달리 염증성 관절염은 소아 등 어떤 나이에서도 생길 수 있는 관절염으로 비염증성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생긴다.
따라서 관절에 통증이 있더라도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의심되는 관절염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젊은 남성이라면 강직성 척추염이나 통풍성 관절염, 외상성 골관절염 등이 흔하고 젊은 여성 또는 중년 여성은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섬유근통증후군, 퇴행성관절염 등이 의심된다. 노인의 경우 퇴행성관절염, 통풍성 관절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에서 발병하지만 아직 관절염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일단 발생하면 운동이나 식이요법만으로 낫지 않아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야 하므로 미리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관절염의 약 90%를 차지하는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즘 관절염은 짧게는 몇 주, 길면 몇 개월 이상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조기발견이 어렵다. 외부 충격에서 뼈를 보호하는 ‘연골’이 손상될 때 찾아오는 것이 퇴행성 관절염. 하지만 연골에는 신경이 없어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을 못 느낀다. x-ray 검사에도 초기에는 정상으로 나오고, 이상이 발견될 때는 이미 연골이 많이 손상된 후인 경우가 많다.
한양대 구리병원 류머티스내과 이혜순 교수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고 요즘은 초기 관절염을 찾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 생화학표지자 검사를 실시한다. MRI나 초음파 검사도 조기진단과 진행단계를 파악하기 위해 많이 실용화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침입자로 알고 공격하면서 일어나는데 연골이 아닌 ‘활막’에서 병이 시작된다. 관절이 붓고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조직이 2년 내에 파괴될 만큼 진행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이 생기면 몸살감기처럼 근육이 아프고 온몸이 욱신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여 간혹 감기로 오해하기도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모르지만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흡연이나 공해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될 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머티즘 인자검사를 실시하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약 80% 이상이 양성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류머티즘 인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모두 류머티즘 관절염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흡연이나 만성간염, 약물,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있을 때도 류머티즘 인자에 양성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혈액을 통해 류머티즘 관절염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CCP항체 검사법’이 개발돼 사용 중이다. 이런 최신 검사를 통해 류머티즘 관절염을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염증을 억제, 관절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주된 발생 연령대는 30∼40대.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이상 잘 발병하며 드물게 10∼20대의 청소년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가족 중에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가 있다면 형제들에게 발병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주의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류머티즘 관절염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가 미국이나 영국, 스웨덴 의 연구결과에 의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보고된 유전인자의 대부분은 한국인에게는 위험인자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혜순 교수는 “인종에 따라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병원인은 매우 다른 것으로 본다”며 “이제는 맞춤의학 시대인 만큼 한국인 고유의 류머티즘 관절염 발병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머티즘 질환을 예방·개선하려면 반드시 금연을 하는 것이 좋다. 흡연이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관절염 예방효과는 류머티즘 관절염보다는 퇴행성 관절염이 훨씬 크다. 특정한 관절을 많이 사용할 때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오는 만큼 수시로 관절을 잘 주물러 긴장을 풀어준다. 또 운동이나 활동 중에 관절을 다칠 때는 완치될 때까지 잘 치료해야 한다. 비만도 멀리하는 게 좋다. 몸무게가 5㎏ 늘면 무릎관절은 걸을 때 20㎏, 계단을 오를 때 35㎏의 하중을 더 받는다고 한다.
무거운 것을 들 때도 관절에 무리가 가므로 주의한다.
관절염 진단을 받으면 통증을 없애고 관절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의사와 상의해서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단순히 아픈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찾아서 개선, 관절이 변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약들은 위장장애나 독성 등의 부작용이 한결 줄어 초·중기 관절염 치료에 많이 쓴다.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의 경우에는 전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하면서 부작용을 줄인 약들이 개발됐다.
얼마 전에는 유산균이 장 건강뿐만 아니라 류머티즘 관절염에 좋다는 국내 연구가 나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임신혁 교수와 박사과정 소재선 연구진이 발표한 “사람의 장에 있는 ‘락토바실러스 카제이’라는 유산균이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연구진은 “유산균이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은 억제하면서 염증을 막는 물질은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염증 억제 효과는 현재 사용되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절염 수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신의 연골을 이식하는 자가연골세포 배양이식술에서는 생체접합제를 이용해 생착력을 높이고,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GPS(위치추적 시스템)의 원리를 관절수술에 응용해 정확도를 높이는 내비게이션 수술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관절염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자신이나 타인의 연골을 이식받거나 자신의 연골세포를 배양해 이식할 수 있다. 타인의 연골을 이식할 경우 500만∼6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자신의 연골을 이용하면 3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만약 약물치료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고 부작용이 많을 때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50세 이상으로 관절의 변형이 심하고 관절경 수술로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 수술비는 200만∼400만 원 정도로 요즘은 인공관절의 소재가 좋아져 15∼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해졌다.
지금도 관절염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나 다른 장기의 연구에 비해 발전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관절을 구성하는 부위가 뼈, 연골, 인대, 활막세포 등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가지로 구성된 기관들보다 연구가 어려운 편이기 때문이다. 강동성심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영덕 교수는 “하지만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억제 또는 제거하는 물질을 발견하고, 세포 사이의 연락을 맡고 있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등 하루하루 관련 의학이 발달하고 있다”며 “관절염을 완전정복하는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절염의 종류
관절염의 종류 | 환자의 비율 | 발병 특징 |
퇴행성관절염(골관절염) | 관절염 환자의 75~80% | 관절의 무리한 사용이나 외상, 비만 등으로 생긴다. |
류머티즘 관절염 | 관절염 환자의 10~20% | 남성보다 여성에게 4배 많다. 특히 30~40대 여성에게 잘 생긴다. |
기타 관절염 | 관절염 환자의 10% 이내 | 남성에게는 강직성 척추염, 통풍성 관절염 등이 많고 여성에게는 루푸스 같은 관절염이 비교적 많다.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동성심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영덕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류머티스내과 이혜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