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조혜연 9단은 영어에 능통해서 국내에서 바둑 국제행사가 열리면 행사장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제11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 여기서는 김성래 5단, 박지연 4단, 마리야 초단과 함께 심판을 맡고 있다.
조혜연 9단은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 심판으로 참여하고 있다.
씩씩하고 거침이 없는 그녀는 시원시원하게 답한다. 러시아에서 열린 유럽바둑 축제에서 20일 간 고생을 많이 했다는데 어느새 다 잊은 느낌이다. “직전엔 멕시코 바둑협회 초청으로 멕시코를 다녀왔었다. 러시아에서는 기간도 길고 음식이 안 맞아서 좀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다시 한국에 돌아와 그때 봤던 친구들을 또 만나니 반갑다.”
우리의 대회와 유럽대회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도 별로 망설이지 않고 금방 대답이 나온다. “장단점이 있다. 초창기에는 서구의 즐기는 문화를 부러워한 나머지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비하한(?) 느낌도 있었지만 사실 전혀 그럴 필요 없다. 현재 전 세계 바둑협회가 75개국인데 이번 대회엔 54개국이 참가했다. 그것도 많이 줄어서 이 정도라고 하던데 좋은 대회가 아니라면 그들이 굳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오겠는가. 초창기에는 너무 성적에 치중한 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위 몇 개국을 제외하고는 유럽콩그레스처럼 다 즐기는 분위기다. 외국 선수들도 이 대회에 참가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는?
“태국, 베트남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낸다. 특히 태국이 요즘 대단하다. 태국바둑협회에 등록된 인원만 150만 명이다. 믿어지는가? 우리보다 많은 것 같다. 지원도 대단하고 바둑 열기도 엄청나다. 처음 태국에 바둑이 보급될 때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베트남도 대단하긴 한데 태국이 워낙 잘하니까 좀 안타까운 면도 있다. 아, 페루의 카를로스 선수 아버지가 절 참 좋아한다. 광팬이다(웃음). 이번에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웠는데 조금 전에 성적을 확인해 보니 카를로스가 한번 이겼던데 축하해줘야겠다.”
―이번 대회 지켜본 느낌은 어떤가?
“예전에 비해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선수들도 그렇고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보인다. 다들 경험이 많이 쌓인 것 같다. 김승준 9단과 디아나 초단이 함께한 바둑분석 프로그램이나 지도다면기 등도 꽤 호응을 받았다. 유럽콩그레스에 참가하면 메인대회 외에 밤에도 크고 작은 행사가 줄줄이 이어졌는데 이제 우리도 그렇게 돼가는 추세다.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