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바나나 수입량이 25%가량 늘고,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여성들 사이에서 ‘바나나 다이어트’의 인기가 높다. 바나나 다이어트는 원래 약사인 와타나베 스미코가 만들어낸 방법으로, 그녀의 남편이 직접 바나나 다이어트를 통해 6개월에 13kg의 체중을 감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아침 바나나 다이어트>(넥서스)라는 책을 통해 자세한 방법이 소개된 바 있다. 달콤한 맛과 향 때문에 대부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바나나는 바쁜 아침 시간에 특별한 조리를 할 필요 없이 껍질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우선 바나나는 바로 흡수돼 에너지로 변하는 포도당 외에도 과당, 자당, 전분 등 흡수 속도가 다른 다양한 당류가 들어 있다. 이런 당류를 함께 섭취하면 속이 든든한 동시에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소화효소가 많아서 위에 부담을 적게 주는 것도 장점이다.
체력 소모가 심한 마라톤, 테니스 등을 하는 이들이 운동 전이나 도중에 바나나를 즐겨 먹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영양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2개의 바나나를 먹으면 90분 동안 운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공급된다고 한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해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방해하고 변비를 해소한다. 배변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하루하루를 상쾌하게 보낼 수 있다. 단, 덜 익은 바나나는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이 들어 있어 오히려 변비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설사를 하는 경우에도 다른 과일보다 바나나를 먹는 것이 좋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나나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 B1과 B2가 많아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피로 회복에 좋으며 금연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좋다. 미네랄로는 칼륨, 마그네슘, 철분 등이 많은데 특히 칼륨은 과일 중에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참고로 칼륨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나트륨을 소변을 통해 배출, 혈압을 조절하고 부종을 없앤다. 마그네슘 역시 혈압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철분은 빈혈을 예방한다.
하나 더, 바나나에는 다른 과일에는 거의 없는 세로토닌이 많다. 세로토닌은 예민한 신경을 안정시켜 짜증을 줄여주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분이다.
바나나에는 천연 항산화성분인 폴리페놀이나 오이게놀 등의 파이토케미컬도 들어 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해충, 자외선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로,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질병과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속속 입증되고 있다.
바나나는 처음부터 완숙된 것을 고르면 금방 물러지므로 끝부분에 약간 푸른색이 도는 것으로 골라 갈색의 반점이 생길 때 먹는다. 이때가 당도가 가장 높아 단맛이 강하다. 하지만 당뇨병이 있을 때는 반점이 생기기 전에 먹는 것이 낫다. 당뇨가 있으면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는 게 좋은데, 바나나의 혈당지수는 53으로 백미 70, 감자 80보다 낮다.
바나나가 상하는 것을 막으려면 껍질을 벗겨서 랩으로 싼 다음 냉동보관했다가 먹으면 좋다.
‘아침 바나나 다이어트’의 실천법은 간단하다. 아침식사 시간에 바나나를 물과 함께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점심과 저녁에는 평소처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 된다. 단 저녁 식사는 8시 이전에 마치고 자정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아침 : 아침에 바나나를 먹고 난 후에 배가 고파서 더 먹어야겠다 싶을 때는 15~30분 후에 더 먹어도 된다. 보통 아침에 바나나를 2~4개가량 먹으면 적당하다. 만약 바나나를 싫어하는 경우에는 바나나 대신 다른 과일로 아침식사를 대신해도 괜찮다.
점심 : 점심은 좋아하는 것을 맛있게 먹되, 식후에 과식으로 괴롭지 않을 만큼만 먹는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점심을 가볍게 먹었다가 오후 간식을 잔뜩 먹는다면 역효과가 난다. 빠른 다이어트 효과를 보려면 점심은 한식으로 한다.
간식 : 오후에 간식을 먹을 때는 도넛이나 감자칩 같은 튀김류를 피하고 아이스크림, 청량음료처럼 찬 것도 안 된다. 찬 것을 자주 먹으면 위장이 약해져서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이 된다는 사실! 한 가지 과일이나 주먹밥을 먹는 정도가 좋다.
저녁 : 저녁밥은 가능하면 6시 정도에 먹고 늦어도 8시까지는 마친다. 이것이 어렵다면 평소보다 30분이라도 일찍 먹는다. 저녁식사 후 디저트는 금물이다. 단 음식이 먹고 싶다면 오후 간식시간에 조금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저녁식사 후에 배가 다시 고플 때는 과일 한 가지를 먹어도 좋다.
① 한 가지 과일만 먹는다
아침에 바나나를 먹는 것이 싫을 때는 다른 과일을 먹어도 좋다. 하지만 과일마다 소화·흡수에 걸리는 시간이 모두 다르므로 한꺼번에 여러 가지 과일을 섞어서 먹는 것은 피한다. 소화·흡수 시간이 긴 과일을 먹으면 위가 쉴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오늘은 바나나를 먹고, 내일은 귤을 먹는 식으로 한 가지씩 먹는 것은 괜찮다. 만약 고기나 곡류를 과일과 같이 먹으면 소화시간이 짧은 과일까지 필요 이상으로 위에서 정체돼 위가 쉬지 못하고 부패하면서 많은 가스를 만들어낸다.
② 상온의 물을 마신다
아침에 바나나를 먹을 때 마시는 물은 차갑거나 따뜻한 것이 아니라 상온인 상태가 좋다. 체온보다 낮은 온도의 물을 마셔 몸의 발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싶다면 바나나를 먹은 후 15~30분가량 지난 후에 마시도록 한다.
③ 밤 12시 전에 잔다
밤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 평소보다 피로한 날은 더 빨리 자도록 한다. 밤 12시 전에 취침을 하면 자는 동안 몸 안의 노폐물이 처리되고 변이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다량의 수분이 소모되므로 아침에 일어나면 빈속에 1컵의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잠자기 도중에도 수분이 부족하면 노폐물이 잘 처리되지 못하므로 자기 전에 1컵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④ 조미료를 적게 쓴다
조미료를 많이 사용한 음식을 먹으면 미각이 둔해진다. 미각이 둔해지면 식사를 더 많이 해야 포만감을 느끼게 돼 살을 빼기 어렵다. 조미료는 가능하면 적게 써야 한다.
⑤ 다이어트 일기를 쓴다
블로그나 다이어트 동호회 등에 그날그날의 다이어트 일기를 공개하는 것도 다이어트에 좋은 방법이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 간단하게 쓰면서 체중을 기록한다. 주위의 격려와 조언 때문에 다이어트를 즐겁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나나 1개의 열량은 100kcal 정도로 여러 개 먹을 경우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비교해 열량이 높은 편이다. 밥 1공기의 열량이 300kcal이므로, 바나나 3개를 먹으면 밥 1공기를 먹는 것과 같다. 특히 간식이나 술안주로 많이 먹는 말린 바나나는 같은 중량 날것의 5배에 해당하는 고열량을 낸다.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바나나를 너무 많이 먹으면 다이어트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비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바나나 다이어트도 하루 한 끼를 식사 대신 한 가지 음식만을 먹는 일종의 원푸드 다이어트로 바나나에는 단백질, 철분, 칼슘 등의 필수 영양소가 거의 없어 근육 소실, 영양 결핍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바나나다이어트를 시도할 때는 과일이나 채소만 섭취하는 다이어트에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칼슘 등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점심이나 저녁식사에서 바나나에 부족한 영양을 보완해주는 다양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또 어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식습관 자체를 바꾸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육이 줄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변해 요요현상이 찾아오기 쉽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