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눈에 크고 작은 이상이 찾아올 때는 눈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질환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눈을 자세히 살피면 각종 감염이나 고혈압 당뇨병 류머티즘 등 모르고 있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시력에는 별 이상이 없는 데도 자꾸 여기저기 부딪쳐 ‘조심성 없게 왜 자꾸 넘어지느냐?’는 남편의 핀잔을 들어야 했던 Y 씨(여·41)는 영문을 몰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안과검사를 하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야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양쪽 모두 반쪽씩 시야가 손상돼 있어 뇌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갑자기 뇌 검사는 왜 하나?’ 의아하기만 했다.
이런 의문도 잠시 뇌 CT 검사를 받은 Y 씨는 갑작스러운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좁아지고, 이 때문에 이유없이 자꾸 부딪친 것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K 씨는 자신에게 고지혈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시력이 나빠져서 안과를 찾은 뒤에야 알게 됐다. 정밀검사 결과 시력이 나빠진 것은 눈에 생긴 중풍이 원인이었다. 평소 술과 담배를 많이 하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던 K 씨는 고지혈증이 생겼고, 그 때문에 생긴 혈전이 혈관을 여기저기 떠돌다 눈의 망막혈관을 막아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 K 씨는 현재 치료를 받은 이후 점차 시력이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눈에 크고 작은 이상이 찾아올 때는 눈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질환이 원인은 아닌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눈을 자세히 검사하면 모르고 있던 각종 감염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류머티즘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눈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단순포진이나 대상포진 같은 헤르페스성 바이러스 질환에 감염되면 눈꺼풀에 수포가 생기거나 결막염, 각막염이 온다. 심한 경우에는 포도막염이나 망막괴사 등으로 심각한 시력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과의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는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렸을 때도 눈에 심각한 염증이 생긴다. 또 드물기는 해도 임질이나 매독,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등으로 눈에 심한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중년 이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있을 때도 눈에 포도막염이 올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면역기능의 이상으로 오히려 자신의 세포를 공격해서 생기는 면역질환의 하나인데, 이로 인해 생긴 눈의 염증은 치료 기간이 긴 편이다.
중년 이후에 많이 생기는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 있을 때는 고혈압 망막증이라는 질환이 생길 수 있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눈에 발생하는 중풍’으로 부르는 망막혈관 폐쇄증으로 진행된다. 망막혈관 폐쇄증은 혈전이 눈 안의 망막혈관을 막는 질환으로, 겨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보통은 정맥이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동맥이 막히는 경우 통증도 없이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다.
▲ 눈의 이상을 통해 다른 질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건양의대 이동원 교수의 진료 모습. | ||
이런 경우에는 눈의 이상을 치료하는 동시에 원인 질환도 치료해야 한다. 물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을 초래하는 나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당뇨병 역시 눈의 이상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눈에 치명적인 여러 가지 합병증이 찾아오기 쉽다. 망막증 외에도 백내장이나 녹내장, 안근 마비 등이 있는데 심한 경우 실명을 하기도 한다.
“이미 당뇨가 있다면 이런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에 혈당 관리를 하면서 안과 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 또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30대 이후에는 매년 혈당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드림성모안과 허영재 원장의 조언이다.
눈 자체 또는 다른 부위의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눈의 이상을 발견하려면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고, 이것이 어렵다면 2년에 한 번이라도 안과를 찾도록 한다.
하지만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눈에 합병증을 만드는 원인 질환이 있다면 시력에 이상이 없더라도 자주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미리미리 눈을 보호하는 습관도 들인다. 눈에 해로운 것 중의 하나가 자외선. 보통 겨울철에는 자외선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곳보다 자외선이 3~4배나 강한 스키장에 갈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고글을 착용하는 것이 좋은데, 고글의 색이 진하다고 자외선 차단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므로 차단 기능을 확인해서 믿을 만한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스키장에서 다쳐 안구가 손상되는 안외상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눈의 피로는 틈틈이 풀어준다. 눈이 피로하면 집중이 되지 않아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바쁘더라도 1시간마다 5~10분가량 눈을 쉬게 해줘야 한다. 편안하게 눈을 잠깐 감고 있다가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눈을 마사지하면 피로가 풀린다. 두 손바닥을 맞대고 10초 정도 비벼서 열을 낸 뒤, 손바닥을 부드럽게 눈 위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한 번에 4~5회, 하루에 2~3회 반복한다. 눈동자로 큰 원을 그린다는 느낌으로 움직여 주는 안구운동을 해도 눈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
매끼 식사나 간식을 통해 눈에 필요한 영양도 잘 섭취하는 게 좋다. 전신의 건강과 눈이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여러 가지 영양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와 함께 건강한 눈을 유지하기 위해 눈의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비타민 B와 C, 눈을 보호하는 루테인 같은 성분도 좀더 신경 써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B와 C는 대부분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 많고 루테인은 시금치 브로콜리 케일 등 녹황색 채소에 많다. 생선이나 견과류에 많은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도 눈 건강에 이롭다. 눈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칼륨과 칼슘이 풍부한 치즈, 달걀, 생선 등을 먹으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이동원 교수, 드림성모안과 허영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