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안은 손목, 건초염 주의
우선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할머니가 직접 안고 어르는 행위는 노화로 인해 약해진 손목 관절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10kg 가까이 되는 아이를 반복해서 안고 내리다 보면 꺾인 손목 관절에 손상이 갈 수 있다.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관절 질환이 바로 손목 건초염인데, 이는 손목의 힘줄을 싸고 있는 막 자체 또는 내부 공간에 염증이 생겨 관절 부위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주로 손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발생한다.
부산부민병원 관절센터 고만석 과장은 “건초염 초기에는 통증 부위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찜질을 병행하게 되며 만약 통증이 심해져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스테로이드주사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통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체외충격파는 건초염에 효과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강력한 충격파를 통증 부위에 가해 혈관의 재형성을 돕고 주변 조직을 활성화시켜 통증을 감소시켜 주는 치료법으로 외과적 수술이나 절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고 마취가 필요 없다. 하지만 이런 비수술적인 치료법들이 효과가 없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건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안고 내리는 등의 반복적인 동작을 자제하고 평소 스트레칭과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 쉴 틈 없는 허리, 척추관협착증 불러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들어 올리는 행동은 허리 건강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울고 있는 손주를 달래기 위해서 할머니의 허리는 쉴 틈이 없다. 이미 어느 정도 퇴행이 진행되어 허리가 좋지 않은 노년층에게 갑작스럽게 허리에 큰 하중이 실리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다.
손주를 안을 때에는 보통 아이 체중의 10~15배에 달하는 하중이 허리에 가해져 척추에 직접적인 통증이 오거나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에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노화가 주된 원인이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척추에 부담을 주는 것이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척추와 척추 사이의 수핵이 탈출하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의 위험도 높아진다.
보통 아기띠를 앞으로 매게 되면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해 이를 보상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된다. 머리 중심선을 맞추기 위해 목을 숙이고 허리 근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요통이 발생할 수 있다. 아기를 뒤로 업을 때도 마찬가지로 골반 뒤로 무게가 실리고 흉추가 뒤로 젖혀져 등에 통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아이를 안을 때는 무릎을 굽히고 아이 키높이 정도로 몸을 낮춘 뒤에 아이를 가슴에 밀착 시킨 채 안으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 되도록 앞으로 안기보다는 뒤로 업는 것이 부담이 덜 하며 30분 이상 아이를 업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에는 무릎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무릎을 자주 굽혔다 펴는 동작은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평소 무릎 스트레칭, 수영, 걷기 운동 등을 통해 근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를 돌보는 데 필요한 기저귀나 우유병, 과자, 장난감 등은 가까운 동선 안에 배치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 낙상이 불러오는 골절 주의
손주를 씻기고 하다 보면 욕실에서 미끄러져 자칫 낙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점점 평형감각이나 운동기능이 저하돼 쉽게 넘어지게 되는데 가벼운 낙상이라도 노인의 경우 뼈가 약해져 있는 상태라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경우 손목 골절, 엉덩이로 넘어지는 경우 고관절 골절,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뒤로 넘어지는 등 갑자기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척추 압박 골절이 올 수 있다.
젊은 층의 골절은 회복력이 빠른 편이지만 노년층의 경우에는 회복이 느리고 특히 고관절, 척추골절을 당한 경우에는 움직임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근육이 감소되고 욕창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뒤따를 수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활동 저하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빠른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노인성 골절은 우선적으로는 비수술적 방법인 보조기 착용과 안정을 권유하고 있으나 통증이 심해 움직임에 제한이 있거나 보전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신경 압박 등의 소견이 확인되면 반드시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골절을 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예방이다. 노년기에 발생하는 골절은 대부분 약해진 뼈가 원인이기 때문에 골다공증 검사를 통해 뼈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약물치료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산책이나 스트레칭, 맨손 체조 등을 통해 근력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미끄러운 욕실 바닥에서 아이를 씻기는 과정에서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안전한 매트를 깔고, 작은 의자를 준비해 앉아서 아이를 씻는 것이 좋다.
고만석 과장은 “황혼육아로 인해 관절과 척추에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관절과 척추는 일상생활에서 움직임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손목,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이 나타나고 찜질 등으로도 완화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민병원은 지난 6월에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조손가정 보호자 건강 지킴이’ 협약을 맺고 저소득층 조손가정 보호자의 관절∙척추 질환 치료 지원을 약속하였다. 조손가정이란 65세 이상인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인 손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말한다. 육아와 교육 등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는 조부모의 건강을 돕기 위해 부민병원이 발 벗고 나서 이웃사랑 실천에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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