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열 수 없는 고층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처럼 고층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경우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한다. 특히 창문을 완전히 열 수 없는 곳이라면 자연히 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실내 공기가 오염되고, 결국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이 악화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15층 기준으로 5~10층이 로열층으로 꼽혔다. 하지만 요즘은 20~3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많아지면서 조망권이 좋은 고층으로 로열층이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환기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는 알레르기 비염 같은 질환이 생기거나 악화돼 고생할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김아영 교수는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실내 오염도가 높아지면 공기 중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항원이 그만큼 많아진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 중에는 자신이 비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기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또 감기에 걸렸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일 때는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발작적인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을 계속 흘린다. 코나 눈 주위가 가렵기도 하고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없어지지 않는 한 증상이 계속된다. 비염이 있어서 코로 숨을 쉬지 못하면 없던 두통이 생기고 빨리 피로해진다. 뇌로 가는 산소의 양이 부족해져 일이나 공부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반면 감기라면 처음에는 맑은 콧물로 시작해 점차 누런색의 콧물로 변하고, 코가 막히면서 고열, 기침, 몸살 기운 등을 보일 수 있다. 대부분의 감기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나아진다.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은 다양한데 크게는 실외항원과 실내항원으로 나눈다. 여러 가지 꽃가루나 곰팡이, 이산화황, 오존,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등이 대표적인 실외항원이다. 예를 들어 가을철에는 쑥이나 돼지풀, 비름, 환삼덩굴 등 꽃가루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이 나타나는 경우가 늘어난다. 실내항원으로는 집먼지 진드기와 고양이·개·바퀴벌레·쥐·토끼 등이 있다.
이런 알레르기 항원 외에 찬 공기나 갑작스런 온도변화, 담배연기, 페인트 냄새, 공해물질 등도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공기오염이 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유전적 요인도 있어서 부모, 형제 중에 알레르기 환자가 있으면 자녀도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골칫덩어리 비염을 개선시키려면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 집먼지 진드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침실이나 거실 청결에 주의한다. 매일 특수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깨끗이 하고 특히 먼지가 많은 침대나 카펫, 소파, 털인형 등 의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이불이나 베개 속통은 햇볕에 자주 말리고 커버는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55도 이상의 더운 물로 세탁한다.
욕실이나 지하실, 창고 등에 잘 생기는 곰팡이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 장소를 출입하지 않더라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를 들이마실 수 있으므로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쓴다. 또 청소를 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애완견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의 털이나 비듬에 알레르기를 보일 때는 기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집이나 사무실 환기를 자주 하는 것도 기본적인 방법이다. 창문을 꼭꼭 닫아두지 말고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아파트 베란다 창문과 반대편의 창문을 동시에 열어 실내 공기를 완전히 환기시킨다.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공기정화 식물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 습도는 습도기로 확인해서 40~60%로 유지한다. 가습기를 틀면 심하게 재채기를 하는 경우에는 수돗물 속의 염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정수한 물을 사용하거나 물을 끓여서 식힌 후에 사용한다.
물론 아무리 주의해도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적게 노출되도록 환경을 개선하면 증상이 나아지고 약의 용량도 줄일 수 있다.
양방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에 따라 항히스타민제, 국소용 스테로이드제, 혈관수축제, 항콜린제, 류코트리엔조절제 등 여러 가지 약을 처방한다. 예를 들어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 등으로 인해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나는 비염이라면 국소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서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항히스타민제, 혈관수축제 등을 쓴다.
원인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치료가 안 될 때는 면역요법을 쓰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유발하는 원인 항원을 투여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코의 물혹이나 구조적인 이상이 있을 때는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방에서는 완치가 쉽지 않은 알레르기 비염을 어떻게 치료할까. 우선 한방에서는 외부의 사기인 풍사(風邪)에 허약한 경우, 현대의학적으로는 ‘면역력’이 약한 것을 원인으로 본다. 또한 식적(食積)이라고 해서 소화기능이 약해서 신진대사가 저하된 상태에서도 알레르기 비염이 잘 찾아오는 것으로 설명한다.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하거나 폐·기관지가 약한 경우, 과거에 감기에 걸렸을 때 비염이 생긴 경우, 봄·가을 환절기에 유난히 피로한 경우에는 알레르기 비염이 생기기 쉽다.
자신이 비염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한양방의료센터 ‘삶’의 이경제 원장은 “병을 치료한다는 생각보다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다. 이런 노력과 함께 이침, 봉독약침을 쓰고 ‘가미통비탕’이라는 처방으로 치료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의 기능이 떨어지면 알레르기 비염이 되기 쉬운 만큼 위장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흔히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잘 체한다. 이런 경우 생수 반 컵에 감식초 같은 천연식초 1큰술을 타서 식사 직전에 마신다. 위산 분비가 촉진돼 소화기능이 좋아지고 코가 뚫린다고 한다.
삼겹살이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이나 맥주, 우유는 피한다. 이경제 원장에 따르면 기름진 음식이나 맥주는 간 기능을 저하시켜 만성 비염을 만들고, 우유 속의 유당이 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도 ‘잘’ 마셔야 한다. 식전 30분에서 식후 1시간 사이에 물을 마시면 위산의 농도가 묽어지므로 피한다. 위산이 희석되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더 심해진다. 참고로 물은 하루에 2L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하루에 1시간 30분 정도 걷는 시간을 확보한다. 적당히 10~20분 걷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고 적어도 40분 이상 걸어야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양팔을 흔들면서 자연스럽게 걷되, 턱을 들고 멀리 보며 걷는 것이 중요하다. 기의 순환이 활발해지는 복식호흡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은 방법이다.
하루에 1~3회 소금물 코청소를 하는 것도 비염 증상을 완화시키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소금물 또는 생리식염수로 코 세척을 하면 코 점막에 있던 알레르기 항원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물질이 씻겨 내려간다. 따뜻한 물에 적당량의 구운 소금 또는 죽염을 넣어 0.9~2.7%(물 100㎖당 소금 0.9~2.7g, 소금 1작은술은 약 5g) 농도의 소금물 200~300㎖를 만들어 쓴다. 이것보다 농도가 진하면 코 안에 고인물이 귀로 들어가 중이염이 생길 위험이 있다.
만든 소금물은 작은 유리병이나 컵에 부어 오른쪽 콧구멍에 살며시 댄다. 고개는 왼쪽으로 45도 돌리고 입으로 숨을 쉰다. 천천히 소금물을 부으면 오른쪽 콧구멍으로 들어가 반대편으로 흘러나온다. 왼쪽도 같은 요령으로 한다. 더 간편하게는 소금물을 코 안에 부은 다음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바로 흘러나온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김아영 교수,
한양방의료센터‘삶’이경제 원장
건강차로 비염 개선
양인 모과차 음인 오미자차
▲ 이경제 원장이 비염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 ||
이외에 비염에 좋은 약재로 쓰이는 어성초, 유근피를 달여서 차처럼 하루 500㎖ 정도 수시로 마셔도 좋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차 역시 권할 만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